첫번째 이미지 공개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현존 최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이하 웹)’이 이번에는 목성을 관측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은 14일(현지시간) 웹이 포착한 놀랍도록 정밀한 목성과 그 위성(유로파, 테베, 메티스)의 이미지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이 이미지는 웹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촬영된 것으로 여러 장을 중첩하거나 별도의 보정을 거쳐 공개한 첫번째 이미지와 달리 연구 목적이기 때문에 투박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촬영된 어떤 이미지들 보다도 목성과 그 위성의 특징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목성에는 ‘목성의 눈’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점, 대적반(Great Red Spot, 대적점)이 있는데, 이는 실제로 지구보다 거대한 소용돌이다. 이 대적반과 목성 특유의 줄무늬가 웹에 뚜렷하게 잡혔다.
바로 옆에는 두꺼운 얼음 지각 아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성의 위성이자 ‘얼음 왕국’, 유로파도 잡혔다. 지구 외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대적반 왼쪽에는 유로파의 그림자도 보인다. 토성보다는 흐릿하지만 목성의 고리와 또 다른 위성 테베, 메티스까지 단 1분의 노출만으로 포착됐다.
브라이언 홀러 미 우주망원경연구소(STSci) 연구원은 “앞서 공개된 심우주의 이미지와 이번의 목성 이미지를 통해 웹은 아주 희미하고 먼 은하에서부터 우주의 뒷마당에 있는 행성들까지, 어떤 것을 관측할 수 있는지 완전히 파악했다”고 전했다.
또한 속도 테스트 과정에서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태양 주변을 도는 아주 작은 소행성 ‘6481 텐징’도 손쉽게 추적하고 그 모습을 이미지로 담아내 놀라움을 더했다.
나사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웹 부문 담당자인 스테파니 밀람은 “이번 촬영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아주 작은 천체까지 포착 가능한 웹의 능력을 확인했다”며 “지구로 따지자면 1.6km 떨어진 거리에서 기어다니는 거북이를 촬영하는 정도의 난이도보다 두 배 쉽게 해냈다”고 말했다.
◇ 허블의 후계자 ‘제임스 웹’
허블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기 1년 전인 1989년, ‘극저온 적외선 망원경’이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나사는 이후 수년간 검토를 거쳐 1996년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25년 만인 2021년 12월 25일, 드디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됐다.
순수 제작에만 20년 이상이 걸린 웹은 나사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와 협력해 100억 달러(약 13조원) 이상을 투입한 끝에 완성됐다. 참여 정도에 따라 유럽 천문학자들은 전체 관측 시간의 15%를, 캐나다 천문학자들은 5%를 사용할 수 있다.
설계 수명은 5년 밖에 되지 않지만, 잔존 에너지를 계산했을 때 나사는 10년 이상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왜 허블은 32년째 사용하고 있으면서, 그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 제임스 웹은 수명이 짧을까? 지상에서 불과 600km 떨어진 허블은 계속해서 수리가 가능하지만, 웹은 160만km라는 너무 먼 거리에 있어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제임스 웹 망원경의 관측 목표는 135억년 전 ‘태초의 빛’
제임스 웹의 18개 금빛 거울은 모두 펼치면 6.5m로 허블의 두배가 넘는다. 우주의 빛을 관측하고 있는 장소조차 지구에서 160만km 떨어진 라그랑주2(L2, 태양과 중력이 균형을 이뤄 연료 소모가 적다) 지점이다.
이 거대한 우주망원경은 이 먼 거리에서 무엇을 관측하는 걸 목표로 할까? 목표는 총 4대 테마로 △초기 우주 △은하의 변천 과정 △별의 생명 주기 △외계 등이다.
우주는 약 138억년 전 대폭발인 빅뱅 이후 시작됐다는 것이 현재 학계의 중론이다. 나사는 웹이 빅뱅 직후인 135억년 전 초기 우주의 빛을 관측하고 우주 형성 과정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목표인 외계는 첫번째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맛보기로 드러났다. 웹을 통해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 b의 분광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사는 수증기 형태의 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함께 공개된 사진들 속에는 허블 등 이전 우주망원경이 포착하지 못했던 아주 미세한 별의 빛까지 잡아낸 모습이 담겨 향후 과학 관측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 후임 망원경으로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한국 참여 망원경도 있어
나사는 이미 웹을 개발하면서 2027년 발사 예정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계획을 발표했다. 이 망원경의 명칭은 나사의 최초 여성 임원이자 ‘허블의 어머니’로 통하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망원경은 허블의 적외선 계측기보다 100배나 넓은 시야를 광시야계측기가 달려 있어 짧은 시간안에 더 많은 천체를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억픽셀의 고해상도 사진 촬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도 나사와 함께 또 다른 적외선 우주망원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나사는 지난 4월 적외선 영상분광탐사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의 설계안이 확정됐으며, 하드웨어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 우주를 무려 102가지 색깔로 관측할 수 있는 스피어엑스는 늦어도 2025년 발사돼 2년간 활동할 예정이다. 6개월마다 하늘을 99% 스캔해 3D 우주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각각의 별들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허블, 제임스 웹과는 절대적인 성능 비교가 어렵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