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기다리다 신형 나온다"…속 타는 소비자들, 이중삼중 신차 계약

“차량 출고 기다리다 신형으로 바뀌겠어요.”

지난 5월 기존에 타던 차량을 폐차하고 기아 스포티지를 계약한 A씨는 뚜벅이 신세다. 계약한 차량이 내년 4월에나 나온다고 통보받았다. 현재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 출고 대기 기간은 평균 12개월, 하이브리드 모델 18개월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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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포티지.

당장 이용할 차량이 없어 불편해진 A씨는 평소 눈여겨봤던 현대차 아반떼와 쌍용차 토레스를 추가로 계약했다. 계약한 3대 차량 중 먼저 나오는 모델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생산 적체가 심화되면서 신차 계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차를 조금이라도 빨리 받기 위해 이중삼중 계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일부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전기차에 해당했던 1년 이상 장기 출고 대기가 대다수 차종으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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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토레스.

이달 기준 현대차와 기아 글로벌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은 200만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출고 지연 사유도 다양하다. 반도체 대란 초기 엔진 관련 제어 반도체에 국한됐던 부품 부족 현상이 스마트키, 디스플레이, 오디오 시스템 등으로 확대됐다.

출고 지연 상황이 해소되지 않다 보니 대기 기간 중 계약한 차종이 모델 변경을 거쳐 신형으로 나오기도 한다. 기존 모델 생산이 중단되고 신형이 나오면 고객은 계약을 취소하거나 추가금을 내고 신형을 구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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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이런 사례를 반영해 현대차는 오는 11월 출시 예정인 7세대 그랜저의 사전 계약을 받지 않고 곧바로 본 계약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고객 대기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최악의 신차 출고 대란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8월 1~5일 하계휴가에 돌입해 전 공장을 멈춰 세운다. 9월에는 추석 명절 연휴도 있다.

영업 현장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현대차 서울지역 한 대리점 대표는 “신차 출고 대기 장기화로 고객들이 이중삼중 계약을 요구하다 보니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고객에게 되도록 빠른 출고가 가능한 차종을 선택하도록 권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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