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비롯한 인력 운용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용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직원들에게 올해 말까지 인력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지난 2분기 신규로 1만명을 고용하는 등 인력을 충분히 충원했다고 강조하면서 당분간 엔지니어를 비롯한 기술직을 우선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피차이 CEO는 “(고용 인력을 늘리면) 경제 역풍을 피할 수 없다”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를 재검토하기 위해 중복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차이 CEO는 지난 5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퇴) 영향은 기술 부문에도 미친다”면서도 “채용을 억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감축 압박에 경영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환율 급변 등 불투명한 사업 환경이 이어지면서 인건비를 재검토하는 빅테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 계속 채용하고 있지만 핵심 수익모델 재편에 따른 인원 정리 차원으로 봤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올해 기술자 채용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최대 40% 줄일 방침이다.
수백명에 이르는 인원 감축에 착수한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6월 전체 직원의 3% 수준인 450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기자동차(EV) 기업 리비안 오토모티브도 현재 1만4000명 규모인 인력 가운데 5%를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