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전재정으로 간다는 기조를 천명했지만, 아직까지 정책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영준 한국재정학회장은 전자신문과 만나 정부가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선포한 것과 관련해 쓴소리를 냈다.
정부는 지난 7일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을 2027년 기준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인해 확장적이었던 재정 기조를 긴축해 '건전재정'으로 전환한다는 게 목표다.
전 학회장은 이에 대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 대비 2%를 넘은 적이 없다가 2019년에 2.8%로 확 꺾였다”며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면서 GDP 대비 3%를 기준으로 하면 건전재정으로 전환인가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리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학회장은 “관리재정수지처럼 지표를 내세워도 예외조항을 많이 둬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위기, 천재지변 이런 상황을 어디까지 예외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관료”라고 말했다. 또 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사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성과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평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자 의지”라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어내 대학과 평생교육에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 학회장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사용처에 제한을 둬 재원이 낭비되는 왜곡이 있었는데 제한적인 사용처를 하나 더 도입했다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 않다”며 “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전 학회장은 교육교부금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교부금을 초·중등 교육에 사용하는 데 있어 낭비적 요인이 많아 대학재정까지 사용처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역할은 변해야 하고 기존처럼 학술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대학,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교육기관으로 체제를 전환하는 대학, 평생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나눠 개편을 유도하고 성과가 있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간 정부가 대규모 세수 오차를 낸 데 대해서는 “작년과 재작년은 대외여건이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했고 제도가 변한 것도 오차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 “세수추계를 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은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세수 증가가 추세적인 증가인지 일시적인 증가인지를 봐야 한다”며 “일시적인 증가인데 베이스라인을 증가된 세수를 기준으로 잡으면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재정지출은 갈수록 늘고 부채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 학회장은 “현재의 국가채무는 일반정부부채(D2)를 기준으로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D4에 포함된 연금충당부채가 실제 D2의 적자가 되고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적자가 증가하고 있는 건강보험도 국가재정에 들어와서 평가돼야 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전 학회장은 “정부가 재정을 지출해 어쩔 수 없이 다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사태가 터졌을 때 늘어난 지출이 베이스라인이 되지 않도록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