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한국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경쟁에 치중하는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허 교수는 13일 서울 동대문구 홍등 고등과학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서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잘 평가받기 위해 보내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 이유는 수학이나 교육과정보다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좋아하고 적성이 있다면 자기 마음 가는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길을 갈수 있도록 돕는 정책의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허 교수 본인도 국내 고등학교를 자퇴한 경험이 있다. 다만 국내 교육이 현재 자신을 만든 것이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생 전반기를 살았고, 우리나라 교육제도 울타리 안, 혹은 근처에서 배워왔다”며 “지금 저라는 사람을 만든 것은 그동안 경험으로, 다른 세계에서 성장했다면 그건 제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또 이를 위해 현실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교수직 등이 확대되면, 젊은 연구자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박사후 연구원(포닥) 생활이 2~3년 이어지는데, 이후 안정된 직업을 받기 위한 '퍼머넌트 포지션(교수직 등)'이 부족하다”며 “포닥 2~3년을 이후 교수임용을 목표로, 단기 프로젝트에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이고 안정된 직장이 많이 생겨서, 젊은 연구자들이 멀리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