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 마련에 나서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 숙원인 낡은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 기대감이 크지만 입법 규제보다 더 촘촘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복잡한 여론전에 자칫 '실시간 규제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 지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해 이용 소상공인, 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민간 자율기구를 설립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민간 자율기구 설립·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아 제도적으로 자율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율규제는 그동안 낡고 중복된 규제로 어려움이 컸던 플랫폼 업계에는 단비 같은 존재다. 법의 속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해 신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던 점을 감안하면 자율규제는 그야말로 반길 만한 희소식이다. 특히 시장 환경이 격변하고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BM)이 계속 나오면서 시장 변화에 민감한 플랫폼 업계가 선제적·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제대로 성장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미리 법의 그물망을 촘촘히 쳐 왔던 기존과 달리, 성장을 독려해주되 규제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핀포인트로 바로 잡아주는 네거티브 방식에 이어 개별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우선 존중해주는 스탠스까지 이어진다면 기업들로서는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아직 '자율규제'라는 어젠다만 있을 뿐 정부의 세부 실행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긍정적으로만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반 입법 규제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서 시행령 및 고시 제·개정안을 마련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자율규제는 숙의 과정이 배제된 채 법 제정 과정보다 더 큰 혼란과 여론전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다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되는 것인 만큼 문제라고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 기업이 스스로 규제하려 하면 사실상 '실시간 규제 체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방점을 찍어야 '자율'과 '규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 덫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자율기구에 참여할 플랫폼 기업의 고민도 깊어진다. 자율기구는 △갑을 △소비자 △데이터·인공지능(A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4개 분과로 나눠 운영된다. 각 분과에서 각 플랫폼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규율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분과별로 플랫폼 기업의 자율 선택에 맡길 예정이지만 갈등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갑을·소비자 분과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 종사자의 참여 비중 등 자율기구 구성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균형 있는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