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을 추진하면 생산비용 증가와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에 놓인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업 이자 부담이 3조9000억원 늘면서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12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미 정책금리가 이르면 7월 말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국내 물가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인상이지만 기업과 가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SGI는 “금리 역전 자체가 반드시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경제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어서 고통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에 나서면 기업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약 3조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SGI는 추산했다. SGI는 “그동안 장기화한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기업이 아직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기업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SGI는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중소기업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 시 대기업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각각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SGI는 “이미 원자재가격 상승·임금인상 압력 등으로 체력이 약해진 기업이 견딜 수 있도록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법인세 인하 등 조세 부담 완화 정책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GI는 “미래 신산업과 기술혁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기업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규제시스템의 전반적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탄소중립 전환처럼 변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기업들이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 마련, 금융지원 강화 등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방대하고 장기적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통화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제 상황 진단과 경제주체 체력을 고려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