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회관 원격 기자브리핑
수학계 난제 '리드 추측' 등 풀어
"관련없는 수학 분야 연결하는 연구"
“필즈상 수상 부담감이 있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금처럼 연구하겠습니다.”
'필즈상' 수상 영예를 안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가 6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원격 기자 브리핑에서 기쁨을 표현하며 전한 말이다.
허 교수가 받은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IMU)이 4년마다 새로운 수학 분야를 개척한 만 40세 이하 젊은 학자 2~4명에게 수여한다. 수학계 최고 권위 상으로, 노벨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평도 있다. 허 교수는 수많은 수학계 난제를 풀어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리드 추측' '로타 추측'을 푼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브리핑에서 자신의 연구를 두고 '서로 관련이 없는 수학 분야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학은 공간을 연구하는 기하학, 변화를 연구하는 해석학, 그리고 이산수학으로 독립해 발전했는데, 이들을 깊이 연구할수록 서로 인과관계가 없는 이들 수학관계 사이에서 '동일한 패턴'이 관찰되고 있다”며 “이런 이유를 밝혀내는데 공헌한 것이 제 연구”라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석사 학위 과정까지 한국에서 마친 허 교수는 국내 교육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교수로 지내지만, 방학에는 귀국해 고등과학원에서 일한다고도 했다.
허 교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배로서, 이후 우리나라가 또 다른 성과를 얻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부담감 탓에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며 “자유롭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가 이룬 쾌거에 국내 학계도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대한수학회와 함께 행사를 마련한 고등과학원의 최재경 원장은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자라 석사과정까지 마쳐 우리가 키운 사람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며 “허 교수가 대한민국에 필즈상을 안겨 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과로 굵직한 국제상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 원장은 “독일은 필즈상을 2번 받았는데, 첫 번째 이후 32년 만에 두 번째 상을 받은 만큼 두 번째 필즈상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며 “수학과 기초과학은 수십년, 수백년 후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채 호기심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연구 결과에 성급한 기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