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이 독일 다름슈타트 공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테트라 중성자'로 불리는, 4개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핵의 증거를 확인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로써 양성자가 없는 '원자번호 0번' 세계의 길을 열었다. 보통 원자번호는 양성자수로 결정된다.
IBS는 희귀 핵 연구단의 한인식 단장(이화여대 초빙 석좌교수) 등 연구진 5명이 고순도 헬륨-8(8He) 빔 생성과 실험 전 과정 다중입자 측정 장치 성능평가, 온라인 데이터 분석 등에 기여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는 원자핵(중성자와 양성자), 전자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는 중성자만으로 이뤄진 원자핵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중성자로만 구성된 결합 시스템으로 알려진 자연 현상은 중성자별(질량이 큰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남는 천체)이 유일하다.
양성자가 없는 원자핵은 이론적으로는 제시됐으나 실험적으로 명확히 관측된 적이 없어 60년 동안 핵물리 연구 분야 난제였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RIKEN 중이온 가속기 RIBF의 다중입자 측정 실험 장치(SAMURAI 스펙트로미터)로 4개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원자핵을 관측하며 '테트라 중성자 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
연구진은 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무거운 빔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켜 무거운 원자핵으로부터 일부 핵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중성자 핵을 생성했다.
우선 산소-18(18O) 1차 빔을 가속해 금속(베릴륨)으로 이뤄진 표적에 충돌시켜 무거운 빔인 8He을 만들었다. 이후 초전도 희귀 동위원소(RI) 빔 생성 분리 장치(BigRIPS)를 이용해 8He 빔을 분리 및 전송해 다중입자 측정 장치에 위치한 액체 수소표적에 조사했다. 이에 헬륨-4(4He)이 방출되며 4개 중성자만 남게 되는 순간적인 핵반응을 관측했다.
이는 원소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력 모델을 크게 바꿀 가능성도 있다. 또 중성자별 이해를 위한 연결고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득순 박사는 “수십년 간 확인하지 못했던 테트라 중성자 상태를 알려주는 공명 구조를 정확히 관측했다”며 “중성자 사이의 상호 작용과 이에 따른 핵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인식 단장은 “연구단 출범 2년여 만에 얻은 의미 있는 연구 성과며,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IBS 연구진만이 참여해 교과서를 바꿀만한 발견에 힘을 보탰다”며 “향후 한국에서도 국내 우수한 연구진이 IBS 중이온 가속기 연구시설을 활용해 우주의 미지 영역 탐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6월 23일 게재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