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물로 인식됐던 유출지하수가 냉난방, 소수력발전 등으로 활용돼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도시 물순환 체계 고도화에 기여하는 핵심 수자원으로 재탄생한다.
환경부는 5일 정부세종청사 정례브리핑에서 '유출지하수 활용 확대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유출지하수를 미래가치 창출의 새로운 사업 유형으로 제시했다.
2020년 기준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는 연간 1억4000만톤에 이르며 이는 팔당댐 저수용량(2억4000만톤)의 60%에 해당하는 양이다. 문제는 유출지하수 중 11%만 도로살수 등으로 이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하수나 하천유지용수로 방류된다는 데 있다.
환경부는 '유출지하수 활용 확대 종합대책'에 '4대 전략, 9개 핵심 과제'를 담아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한정된 수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환경부는 유출지하수를 활용해 지하수 미래가치를 창출한다. '지하수법'에 재생에너지로 쓰일 수 있는 '지하수열' 개념을 내년까지 도입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유출지하수가 발생하는 11곳을 선정해 '지하수열'을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비열이 높은 지하수가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한다. 유출지하수를 활용한 냉난방 등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외부사업 방법론 등록을 추진하고 '유출지하수 활용업'을 신설해 2025년까지 탄소배출권 관련 시장에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유출지하수 관리체계도 개선한다. 지하철, 터널 등을 '관리대상시설'로 지정해 계획·설계 단계부터 유출지하수를 관리하고 지하수 수위 변동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수위 하강 지역에 대한 인공적인 함양 근거도 내년까지 마련한다. 유출지하수 이용 의무 대상인 지상건축물의 범위를 2027년까지 굴착 깊이 10m 이상의 건축물로 확대하고 생활용으로만 제한하던 규정을 개선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도록 한다.
유출지하수 활용 모범 사례도 구축한다. 국가 주도의 다용도 복합 활용 모범 사례를 구축한 후 민간시장 영역으로 확대한다. 한 지역에서 냉난방부터 미세먼지 저감까지 한꺼번에 가능한 사업 유형을 지하철 등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하고 지하·지상이 연계한 공공·민간 융합 활용 사례를 2027년까지 선보인다.
유출지하수 활용 기술도 고도화한다. 유출지하수 발생지역에 대한 정보 활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지형, 지질, 지하수위, 수량 등 기초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한다. 유출지하수의 발생현황 지도, 수량·수질 정보 등을 국가지하수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고 유출지하수 내 이물질 제거와 효율적인 냉난방 등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유출지하수 이용율을 2030년까지 발생량 대비 20%, 205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고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유출지하수를 활용하는 생태계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