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아들 정권 시작하자 '사치의 여왕'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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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여왕’ 이멜다의 93번째 생일 광고가 빌딩 대형 전광판에 등장했다. 사진=필리핀 스타 캡처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사치의 여왕’으로 통했던 이멜다가 이번에는 17대 대통령의 모친 자격으로 대통령궁에 복귀한 가운데, 그의 생일 광고까지 도심 한복판에 등장했다.

필리핀 스타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마닐라 도심 부근 EDSA 도로에 위치한 한 빌딩의 대형 LED 전광판에는 "퍼스트레이디 이멜다의 93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가 떠올랐다.

문제는 생일 축하 광고판에 사용된 이미지가 마르코스 가문의 행적을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포스터 사진을 허가 없이 사용한 것이다.

영화감독 로런 그린필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분명히, 이멜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내 이미지를 훔친 사람은 저작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도둑질 중지’, ‘킹메이커’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

킹메이커(한국제목 ‘이멜다 마르코스: 사랑의 영부인’)는 이멜다를 중심으로 마르코스 가문의 흥망성쇄와 권력 복귀 시도를 비판하는 그린필드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또, 사진 저작권뿐만 아니라 철자까지 틀려 네티즌들의 비웃음을 샀다. 93번째는 ‘93rd’ 라고 표기해야 하는데, 광고판에는 ‘93th’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지적이 나오자 광고를 게시한 업체 디지털 아웃 오브 홈 필리핀(DOOH PH)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즉시 해당 광고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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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와 그의 아들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마르코스 주니어). 사진=마르코스 주니어 트위터

이멜다는 20년 넘게 필리핀에서 장기집권한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며, 지난 30일 취임한 현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계엄령 하에서 반대파 수천명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등 독재행각을 벌여 전 세계적인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1986년 수백만명이 참여한 ‘피플 파워’ 봉기로 축출됐으며, 3년 뒤 망명지인 하와이에서 숨졌다.

이멜다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임기 동안 구두와 보석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당시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환수된 것은 4조원에 불과하다.

1991년 필리필 대법원의 사면을 받고 필리핀으로 돌아온 이멜다는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복귀했다. 이어 지난 5월 9일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당선되면서 다시 마르코스 일가가 권좌에 오르게 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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