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제네시스 생산 멈추나…현대차 노조 파업 기로

내일 쟁의대책위서 파업 여부·일정 논의
이동석 대표 “합의점 찾자” 재교섭 촉구

Photo Image

현대자동차 노조가 4일 파업권을 확보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현대차의 세계 전기차·고급차 시장 공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는 노조를 방문해 미래 생존을 위한 교섭 재개를 촉구했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 노사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하고 교섭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파업 돌입 시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노조는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 여부 및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산업 관련 국내 공장 신설·투자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 노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구직이 생산직 대비 높은 파업 찬성률을 보이는 등 성과 분배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재교섭을 통해 적정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는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노조에 임금협상 교섭 재개를 요청한 뒤 내놓은 담화문에서 “조속한 교섭 재개로 대내외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자”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회 요인도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2008년 금융 위기 이상의 경기침체가 예고되고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수급난,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상반기에만 8만∼9만대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회사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위한 발전적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회사가 '또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생존과 직원 고용안정 방안을 함께 찾자는 제언을 하는 것”이라며 “회사와 직원이 함께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교섭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략 차종의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현대차로서는 노조 파업 가능성이 큰 부담요인으로 다가온다. 작년 기준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량 389만981대 중 41.6%(162만231대)를 국내에서 생산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70' 'G80(전동화 모델 포함)' 'G90' 'GV60' 'GV70' 'GV80'을 국내에서 전량 생산한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도 생산할 예정이지만 아직이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 모델로 미국, 유럽 등 해외 고급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 21만5000~22만대를 목표치로 잡았다. 파업 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

Photo Image
G8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5도 울산공장 생산 차질이 생기면 세계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공장도 아이오닉5를 생산하지만 울산공장으로부터 반조립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하는 방식(CKD)이라 독자 생산이 불가하다. 조만간 생산에 돌입할 '아이오닉6' 출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Photo Image
현대차 아이오닉 6.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세계 전기차 시장 5위를 기록 중이다. 작년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그룹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24만500대를 기록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점유율 9%로 테슬라(75.8%)에 이은 2위 사업자다.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노사 협상에 진척이 이뤄지면 파업이 현실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했으나 노사가 재교섭에 나서면서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타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속되는 반도체 수급난과 글로벌 경제 위기 가속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가 보다 성숙한 자세로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