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이 한국서 성공한 플랫폼과 닮은 비즈니스모델(BM)을 가진 해외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 업계가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알토스벤처스는 한국에서 토스에 2014년 3분기 첫 투자한 후 2020년 1분기 일본 캬쉬(Kyash)에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캬쉬에 추가 투자를 단행했고 캬쉬는 시리즈 D라운드를 통해 총 4120만달러가량 투자를 받았다. 캬쉬는 일본 간편 송금 및 결제 서비스로 규제가 까다로운 일본에서 최초의 챌린지 뱅크로 자리잡기 위해 시도 중이다.
한국에서 세무 플랫폼 삼쩜삼 이용률이 높아지자 알토스벤처스는 인도네시아 기업인 아킬레스시스템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반 세금 SaaS 플랫폼 '파작'에 투자했다. 자비스앤빌런스는 삼쩜삼 세무 서비스를 제공한 지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을 돌파했다. 또 운동화 리셀 플렛폼 크림 투자에 이어 유사한 BM인 일본 '스니커덩크' 운영사 소다에 투자하기도 했다.
더벤처스는 1월 방글라데시 스타트업인 핸디마마와 온나우에 투자했다. 이들은 각각 청소플랫폼, 공유 주방 플랫폼이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성공한 무신사와 유사한 베트남 패션 플랫폼 도시인에도 투자했다. 퓨처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핀쿠에 투자했다. 핀쿠는 인도네시아의 토스를 꿈꾸는 금융 플랫폼 기업이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최초 미용의료 플랫폼인 '마이비너스'를 운영하는 써밋츠에 투자했다.
이처럼 한국을 기반으로 성공한 플랫폼 기업과 유사한 BM을 띠고 있는 해외 기업에 VC가 연이어 투자를 하는 이유는 한국이 인구밀도가 높고 디지털 수용성 높아 정보기술(IT)기업 및 스타트업 테스트베드로 좋기 때문이다. 한국은 스타트업 성장성도 좋다. 스타트업 정보 분석 기관인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에 따르면 서울은 스타트업 성장 생태계 10위로 꼽혔다. 한국에서 성공한 플랫폼 BM을 가진 기업은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대현 더벤처스 파트너는 “한국에서 성공을 검증한 비즈니스 성장 프로세스를 벤치마킹 한다면, 큰 리스크 없이 해당 국가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VC가 눈여겨보는 곳은 동남아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경우 국민 평균연령이 어리고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60% 이상이라 '슈퍼앱'과 온라인 기반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 높다. 일본도 VC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제규모 대비 유니콘 기업이 적지만 최근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DX) 붐이 일어나며 관련 산업이 호황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시장 성장성과 고객을 흡인하는 속도에서 투자자가 좋은 경험을 쌓은 상황”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 스타트업과 쌍둥이 행보를 보이는 스타트업에 투자업계의 관심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