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1세기형 호패로 여는 '디지털 기술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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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로 개인 신원을 확인하고 인증하는 제도는 고려 공민왕 시대에 도입된 호패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첫 호패법은 부역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주로 사용돼 신원증명 표준으로 보급 및 확산하기는 어려웠다.

호패법은 조선 개국 후 태종 대에 들어와 실질적으로 운영됐다. 제도가 정비되면서 표준화된 호패를 기반으로 조세는 물론 정확한 인구 파악 등 여러 행정 처리와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보완됐다. 이러한 신원증명 표준 개발과 보급 노력은 조선시대 국가 발전과 국방력 확보를 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호패는 명칭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1960년대 주민등록법에 근거한 주민등록증으로 취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2년 현재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도 빠르게 디지털전환 경제로 진입하고 있다. 신원 인증은 가장 높은 수준인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반으로 산업 디지털전환과 경제 주체 간 신뢰 및 공신력을 담보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저마다 여건에 맞는 디지털 신원증명제를 추진하고, 글로벌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 역시 디지털전환 시대 흐름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춰 기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집적회로(IC) 카드, 스마트기기 등에 저장해서 개인 신원 및 자격을 증명하는 디지털 신분증 산업 분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새롭게 펼쳐질 디지털 세상에서 신원증명 서비스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상호운용성과 보안성이 담보되는 표준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역시 국내 유일의 공공 종합 시험인증기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으로서 우리 역사 사례처럼 '21세기형 호패'를 성공적으로 보급하고 확산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신뢰 높은 시험평가 기술 확보와 국제표준화 기반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범 발급, 전 국민의 디지털 신분증 시대를 여는 첫 관문을 열었다. 또 표준전략 로드맵 수립 및 상호 운용을 위한 표준 개발, 산업계 확산을 위한 표준 적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 국민 편의성 향상과 기업의 다양한 혁신 서비스 창출 및 연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디지털전환과 혁신 물결 속에서 우리 정부와 산·학·연이 굳건한 신념을 바탕으로 맡은 역할을 다해 나간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 디지털 신분증 기술 표준화의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조성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디지털 신분증 생태계가 조성되고 향후 이것이 민간 산업으로 확산한다면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공공, 전자상거래(e-commerce), 인터넷, 제조, 교육서비스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산해서 커다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이를 통해 세계적인 디지털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KTL은 '21세기형 호패'로 여는 디지털전환과 성장에 힘을 보태고 상호운용 호환성과 보안성 확보를 위한 시험평가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신뢰 구축을 해낼 것이다.

우리 손으로 조성한 표준생태계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보급 및 확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sejongkim@ktl.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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