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생산기지 해외로 빠지고 국내 제조환경 입지 줄어
국내 섬유기업들 아직 많은 공정에서 자동화 기술 도입 미흡
정부·지원기관·연구기관·섬유기업·SI 협력해 제조혁신 이뤄야
섬유산업은 인간 의식주 생활에 필수적인 옷을 기본으로 다양한 생활 속 소재까지 생산하는 주요 핵심 산업이다. 원사에서부터 봉제까지 스트림(stream)으로 연결된 제조 공정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러 번의 산업혁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섬유산업은 공정마다 생산성을 향상하고 안정성이 높은 기계를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공정에서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수작업 공정이 많은 실정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국내 섬유산업이 호황을 이루었고, 섬유 기업 규모도 성장했다. 그러나 인건비를 고려해 많은 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제조환경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국내 섬유공장은 호황기를 지나 2세대로 넘어가면서 사업 확대와 첨단화 고민에 빠져 있다고 본다. 인력을 통한 제조방식에는 한계가 있고, 해외 저가 수입 제품들과 경쟁하기에 품질 개선의 부담이 높다.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비용도 많이 든다. 여러모로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국내 섬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정보기술(IT), 반도체, 로봇, 통신 등의 기술을 도입한 효율적인 자동화 공정이 시급히 개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섬유 제조 환경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면 고부가가치의 섬유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제조 환경 혁신은 유수의 해외 섬유 기업들보다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길이다.
정부에서는 현재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제조 로봇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실증 공장에서는 위험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고, 생산공정 스마트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러한 현장 적용 기술 개발을 통해 섬유공장 혁신 사례를 만들어 국내에 더욱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정부 지원을 통해 지난 2020년에서 2022년까지 섬유공장에 다관절 로봇이 도입된 사례는 19건이다. 올해에도 제조 로봇 도입이 12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섬유산업에서도 로봇 자동화 요구가 높고, 도입 효과가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
하지만 지원이 단발성에 그쳐선 안 된다. 섬유공장 스마트화 구축을 위해 일부 전산화 도입이나 한두 개 공정에 로봇을 도입한 것에 멈추지 말고 전체 공정을 스마트·로봇화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첨단 시스템을 공급할 시스템 통합(SI) 기업인 공급기업을 성장시키는 프로그램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수적인 요소에 해당하는 섬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제조혁신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섬유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산업이 그렇듯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소통하고 협력해야만 가능하다.
섬유산업은 더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제조혁신을 통해 국내 섬유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부, 지원기관, 연구기관, 섬유 기업, SI 기업들이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섬유산업 제조 혁신이 실현되리라 본다. 기관별 역할에 맞는 노력으로 함께 산업 간 융합과 섬유산업 혁신이 확산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용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 기계로봇연구센터장 jaeyong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