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WTO 개혁, 미국과 다른 나라 간 촉매 역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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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제12차 각료회의(MC-12)에서 가장 큰 성과로 선언문 채택을 꼽았다. 다만 상소기구 등 WTO 개혁과 21년간 협상이 진행된 수산보조금 등이 합의는 됐지만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어려움도 표현했다. 정부는 WTO를 개혁하기 위해 미국과 다른 국가 간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모색한다.

안 본부장은 27일 열린 산업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WTO 상소기구 개혁에 대한 질문에 “WTO 개혁논의 중에서 상소기구 개혁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논의지만 끝으로 밀려 개혁작업에 착수하자는 원론적인 타결을 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이어 “근본적으로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며 “WTO 개혁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MC-12에서 분쟁해결기능 등 WTO 개혁 필요성에 164개 회원국이 동의했지만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WTO 각료선언문은 만장일치로 채택되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기간을 연장해가며 협상이 타결됐다.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분쟁해결기구 상소기구는 2019년부터 무력화됐다. 상소위원 3명이 분쟁을 심리하는데 현 시스템에 불만을 품은 미국이 후임 인선을 보이콧하고 있어 현재 위원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안 본부장은 WTO 체제개혁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적극 논의하며 역할을 찾겠다고 시사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분쟁해결기능을 무력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과 다른 WTO 국가 간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안 본부장은 “상소기구, 분쟁해결기구 복원 개혁논의에서 우리가 미국과 다른 국가 간 다리를 놓는 촉매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한국이 글로벌 여건에서 주도적으로 하면 무게감도 다르고 우리 산업계 입장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 본부장은 “제네바 대표부와 우리 통상교섭본부가 법무뿐만 아니라 나머지 부처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점검회의를 하면서 다자통상을 강화하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확보하는 것 때문에 숨어있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노르웨이, 스위스, 싱가포르 등이 하던 이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본부장은 이번 MC-12 각료선언문 채택을 두고 “기간을 연장한 끝에 마지막에는 충돌되는 이슈를 지우는 방식으로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며 “전 세계에 WTO가 완전히 죽은 게 아니라 희망이 살아있다고 알린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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