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이 8일째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체 수단을 강구하면서 운송방해행위 등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수준의 메시지를 냈으나, 산업계 피해가 커지면서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파업 8일째인 14일 처음으로 화물연대 파업 관련 현장을 찾았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물류 피해상황 및 비상수송대책 현장점검하기 위해 경기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ICD를 찾아 “국민 경제를 볼모로 삼는다면 장관으로서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정부의 대응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2일까지 4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대화가 중단됐다. 14일에야 다시 실무진들을 중심으로 교섭이 재개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주장했던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안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국회 몫이다.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국토부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시멘트와 컨테이너 외의 품목은 규격화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실무진 선에서 평행선만 달리는 사이 1주일이 지나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산업계 피해가 커졌다. 국토교통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파업 관련 처음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원 장관은 “화물 운송에 즉각 복귀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화물 차주의 어려움에 어느 정도 공감했지만 지금은 인내의 한도치에 달했다”고 말했다.
13일 17시부터 14일 10시까지 부산항 등 12개 항만을 통해 반·출입된 컨테이너는 1만9493 TEU로, 평상시 반출입량의 30~40% 수준이다. 철강, 타이어, 시멘트, 석유화학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생산 중단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레미콘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철강은 적재공간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된 공장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한 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우리 경제에 매우 어려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산업의 동맥인 물류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하라”며 주문한 수준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원 장관의 행보에 대해 논평을 통해 “총파업에 나선 화물노동자를 외면하고 물류회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면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입장 가지고 저녁 8시 의왕 ICD에서 만나자”고 원 장관에게 제안했다. 이날 저녁 국토부에서는 물류정책관과 담당과장 등이 방문해 화물연대를 만났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