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준공 예정 울릉공항, 바다 물막이 한창
국내 최대 규모 해상 매립, 첫 도서 소형 공항
'지옥'같은 바닷길 대신 1시간 하늘길 기대감
# 무게 1만 톤이 넘는, 아파트 3채 크기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케이슨'이 바다 건너 울릉 바다에 터를 잡았다. 포항을 출발한 지 무려 47시간, 울릉 앞 바다에 도착한 이 케이슨은 평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울릉도에 바다를 막아 활주로를 만들어줄 지지대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어려운 해상공항이 될 울릉공항 건설의 첫 발은 바로 이 케이슨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다를 메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동해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세 웬만한 바위만으로는 활주로 건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8일과 9일 포항 케이슨 제작 현장과 바다 건너 울릉공항 건설현장을 찾았다. 포항 영일대 항만에는 작은 것은 8569톤부터 최대 1만 6375톤에 이르는 케이슨 제작이 한창이었다. 가장 큰 케이슨은 최고 높이가 27.5m에 이를 예정으로, 이는 아파트 12층 높이 3개동 규모에 달한다. 지난 달에는 높이 18m 첫 함을 바다에 띄워 무사히 울릉 바다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8일 포항 항만에는 완성된 두번째 케이슨이 플로팅독(F/D)에 연결된 채 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3개 함이 1분에 15㎝가량씩 이동하면서 단계적으로 제작되고 있었다. 바닥 아래에는 컨베이어 벨트 역할을 하는 유압식 이동장치가 이 거대한 케이슨을 움직였다.
제작 현장도 놀라웠지만, 이를 바다에 띄워 울릉도에 보내는 과정도 엄청난 작업이 요구된다. 케이슨을 F/D에 연결해 포항 바다로 끌고 간 후 F/D에 물을 채워 바다에 가라앉히면 케이슨이 살짝 떠오르는데 그때 예인선과 연결해 울릉까지 케이슨을 끌고 가게 된다. 5.6㎞/h의 속도로 가다보니 포항에서 울릉까지 50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제작이 완료된 케이슨을 바다에 띄워 울릉 바지에 접안한 후 결속하는 작업까지 꼬박 5일이 걸린다. 단, 5일 연속 좋은 날씨가 뒷받침됐을 때의 이야기다. 울릉공항을 위해 설치될 30함 중 올해 11함만이 운반될 예정인 이유다. 공사를 맡은 DL이앤씨는 국내 최대 규모 해상매립, 대규모 토공사와 함께 3차원 건축정보모델링(BIM)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데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울릉공항은 인천공항 이후 국내에 지어지는 첫 공항이다. 제주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가덕도 공항 등 추진되는 공항은 많지만 주민반발이나 환경 문제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울릉공항 역시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도 사업비 문제로 2020년 11월에야 공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현재 공사 진행률 약 20% 수준으로, 국토교통부는 2025년 3분기까지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늦어도 2026년 초가 되면 하늘길을 통해 울릉도에 갈 수 있다.
울릉공항은 고난이도 해상매립 공항인 만큼 예산 규모도 다른 소형공항의 2~3배다. 7000여억원이 소요되지만 흑산공항은 추진된다면 18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50여년 주민의 염원이 담겨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포항에서 울릉까지는 쾌속선을 타고도 3시간 반에서 4시간이 걸린다. 배 안에서는 출발 한 시간도 채 안돼 곳곳에서 멀미로 구역질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부는 매점 주인이 건 낸 신문지를 이불삼아 아예 바닥에 드러눕기도 한다. 관광도 관광이지만, 육지에 일이라도 있어 다녀올라치면 이 험난한 과정을 주민들은 겪어야 했다. 취재진을 맞은 버스 기사의 첫 인사는 “지옥 같은 바다를 건너오느라 수고했다”였다.
곽인길 울릉군 사동3리 이장은 “착공식 때 눈물을 흘린 주민들이 많다”면서 “응급환자들도 이송할 수 있고 여러 면에서 생활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면서 기대를 표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은 “울릉공항은 국내 최초 도서지역 소형공항”이라면서 “친환경 공법과 스마트 안전관리를 도입하고 350kw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울릉(경북)=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