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비대면이 '뉴 노멀'로 자리 잡은 여파다. 서빙로봇, 건물 안내로봇 등 서비스 로봇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시장도 무인 자동화 추세에 맞춰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는 세계 로봇시장이 2020년 약 32조원에서 2026년 약 87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도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로봇산업 발전에서 흔히 나오는 단어는 '규제 혁신'이다. 자율주행 로봇의 경우 현행법상 차량류로 분류돼 보도 통행이 쉽지 않고, 규제 주무 부처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상용화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의료용 로봇은 활성화를 위해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로봇업계의 의견을 인지하고 있다. 기업이 신기술을 시험·검증하도록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 개선 사항을 포함한 지능형 로봇법 개정도 추진한다.
규제 타파만큼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국내 로봇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겉보기엔 국내 기업 로봇 제품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KT는 지난 1월 러시아 최대 정보통신(IT) 기업 얀덱스와 올해 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출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자율주행 배달 시장 선점을 위해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업체와 손잡았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경기도 수원 광교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실외 자율주행 배달에 중국산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서빙로봇과 물류 무인운반로봇(AGV) 등에도 중국산 제품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기업에서 감속기, 모터 등 로봇 핵심 부품은 일본산 제품을 찾는 경우가 여전하다. 2020년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판매·수출 분야 애로사항 설문에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꼽는 응답이 52.9%로 가장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 가격과 기술력을 이유로 들어서 해외업체로부터 수급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수입산에 의존할 경우 대외 환경에 따라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을 우리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겪은 바 있다. 특히 자율주행로봇은 축적된 데이터가 핵심이다. 국내에 들여온 중국산 로봇이 데이터를 유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국 기업이 국내 데이터로 기술 우위를 갖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반도체, 차세대 원전과 함께 경제성장과 안보 차원에서 필수 전략 기술로 선정하기로 했다. 국정 과제에도 포함했다. 로봇 주도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 기업이 원천 기술 역량을 갖추고 미래 로봇산업을 주도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소부장 독립'처럼 '로봇 독립'도 절실해 보인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