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풀리자 '슈퍼 엔저'…명동 환전소 가 보니 엔화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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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00엔당 엔화 환율 시세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밀집 지역. A환전소에 들어가 일본 엔화 있느냐고 물어 보니 대번에 “지금은 없다. 다른 곳에 가도 엔화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인들의 국내 관광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젊은 층, 재테크 목적으로 외국 돈을 사 두려는 투자자들이 엔화가 쌀 때 사려고 명동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환전상들은 하나같이 “엔화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직접 환전소 5곳을 돌아보니 엔화로 바꿔 주겠다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엔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명동 환전소에 엔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엔화를 사려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없어 나타난 현상이다.

명동 일대에서 영업하고 있는 환전소는 대략 40곳이다. 엔화 유통이 활발할 때는 이들 가게 한 곳에서 하루 거래되는 엔화가 수천만원 단위에 이르렀다. 지금은 일본인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아 800만~1000만원이 유통되고, 이마저도 외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큰손들이 아침부터 싹 쓸어간다고 한다.

특히 환전상들은 지난해 말 양국 간 여행 재개를 예상하고 엔화를 많이 사 놨는데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

B환전소 사장은 “지난해 9월 100엔에 1080원까지 오르던 때 엔화를 많이 사 놨는데 올해 초 1060원, 4월 이후부턴 960원대로 떨어지니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사장은 “지난달엔 주말에도 손님이 20여명 찾아오면서 엔화를 바꿔 달라고 했지만 손해가 커서 없다고 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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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밀집 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명동 길거리 시세는 100엔당 988~995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달러, 중국 위안화, 대만 달러는 유통이 활발하지만 엔화만큼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엔화는 팔수록 손해다 보니 손님을 은행으로 등 떠미는 곳도 있다. C환전소 사장에게 여행 목적으로 엔화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하니 “여행용 환전은 은행에 가서 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날 명동 인근 시중은행의 한 지점에서 직접 환전 상담을 받아 보니 환전소 시세와 비슷했다. 다만 지폐로 교환하려면 100엔당 약 1006원을 내야 했고,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환전한 뒤 지폐로 출금하면 100엔당 992원에 바꿀 수 있었다.

이런 '슈퍼 엔저' 현상이 나타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올해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30엔까지 올라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돈의 가격인데 일본 금리가 너무 낮아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환전상들은 일본 여행 재개를 기대하는 눈치다. 일본 정부가 다음 달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코로나19 검사와 자택 격리를 면제하고 단체 관광도 허용하면서 여행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D환전소 사장은 “문제는 엔화를 우리에게 팔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느껴 여행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가듯 일본인들도 우리나라에 와 줘야 명동에 엔화가 많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표] 100엔당 엔화 환율 시세(자료: 하나은행)

[르포]코로나 풀리자 '슈퍼 엔저'…명동 환전소 가 보니 엔화 "품귀"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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