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2년 만에 대표를 교체한다.
빗썸코리아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 이사에 이재원 이사를 선임한다. 지난 2020년 5월부터 빗썸 대표직을 맡아왔던 허백영 전 대표는 사업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허 전 대표의 임기 만료는 지난 5월 13일이었으나, 임시 주총 의결을 통해 이를 5월 말까지 연장했다.
이재원 이사는 빗썸 창업 멤버 중 한 명이다. 올해 3월 말 김상흠 아이템베이 대표와 함께 빗썸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이전에는 빗썸코리아 경영자문실, 빗썸글로벌 실장을 역임했다. 빗썸 관계사 SG BK(Brain Technolygy Consulting Pte Ltd)의 경영진으로, 이정훈 전 빗썸 이사회 의장 측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SG BK는 BTHMB홀딩스의 모회사이고, BTHMB홀딩스는 빗썸홀딩스의 지분 10.70%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번 인사는 빗썸 글로벌 사업 확장과 대외 활동 강화에 초점을 갖춘 행보로 평가된다. 이재원 이사는 빗썸코리아의 빗썸글로벌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외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테라·루나' 사태,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 경기가 얼어붙은 것도 신사업 확장을 서두르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현재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9월 금융당국 신고 수리를 통해 국내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 이용자 확보 등 사업 확장 방안은 사실상 제한돼 있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은 실명입출금 계좌 등록이 불가능한 외국인의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별도 빗썸 외국 법인을 출범시킬 가능성도 점쳐진다. 빗썸의 명칭을 사용하는 외국계 거래소로는 '빗썸글로벌(홍콩)'과 '빗썸싱가포르'가 과거 존재했으나, 둘 다 빗썸에 라이선스를 지불하고 브랜드만 빌려 사용했던 별개 법인이다.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7월 말 이들에 대한 상표권 사용 계약을 종료했고, 빗썸글로벌은 '비트글로벌'로 간판을 바꿔 달아 운영 중이다. 새로운 '빗썸글로벌' 출범에 제약이 없어진 셈이다.
바이낸스, 크라켄 등 외국계 거래소들은 국내에서 허용하지 않는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가상자산 마진거래는 거래소 정책에 따라 최대 100배까지 포지션을 레버리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위험을 추구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수수료 수익 외에도 이용자를 플랫폼에 록인(Lock In)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코인원이 지난 2016년 잠시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을 놓고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코인원 임직원 등은 도박개장죄와 대부업법 위반으로 기소의견 송치됐으나 검찰은 2021년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편 허백영 전 대표는 2018년 4∼12월 빗썸 대표를 지낸 후 2020년 5월 다시 대표로 복귀해 실명계좌 계약 연장과 금융당국 신고수리 등 사업 리스크 해소에 기여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빗썸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2021년 빗썸의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6329억원 증가한 7821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액은 전기 대비 362% 성장을 보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