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먹었던 '아폴로 11호 달 먼지' 경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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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학자 마리온 브룩스가 생전 집에 전시했던 아폴로 11호 기념품. 가운데는 바퀴벌레. 사진=PR옥션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채취한 달 시료를 판매합니다. 다만, 이 먼지는 바퀴벌레의 위장을 한 번 여행했다는 점에 유의하세요”

우주 물품에 특화된 미국 경매소 PR 옥션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독특한 ‘달 먼지’를 경매 상품으로 내놓았다.

인류 최초로 채집된 달 먼지라는 점에서 특별하지만, 무엇보다 이 먼지는 ‘바퀴벌레가 먹었던’ 먼지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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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퀴벌레 뱃속에서 꺼낸 달 시료, 실험실 바퀴벌레 3마리, 연구 슬라이드 66장. 사진=PR옥션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바퀴벌레가 왜 달 시료를 먹게 됐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1969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달 탐사가 우주 비행사들의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달 표면은 먼지 같은 토양 ‘레골리스’(regolith)로 뒤덮여 있는데, 앞서 보낸 로봇 탐사선들보다 더 크고 무거운 유인탐사선이 도착했을 때 이 먼지들이 어떤 식으로 나부낄지, 또한 이 먼지가 우주비행사들에게 해를 입히진 않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전혀 없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아폴로 11호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우주 탐사 직전 3주 동안 격리시켰다. 달에 갔다 온 후 그들의 건강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20명도 채 되지 않는 과학자들만 드나들 수 있었던 이 연구소 한켠에는 쥐, 물고기, 바퀴벌레 등 동물도 있었다.

아폴로 11호 탐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의학 검사를 받는 한편, 연구소 동물들에게는 일반 사료와 함께 아폴로 11호 달 시료가 먹여졌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달 벌레’, ‘달 세균’ 등이 지구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기 위해서다. 이 실험을 위해 우주인들이 들고 온 47.5 파운드(약 21.5kg)의 달 시료 중 10%가 쓰였다.

달 시료는 지구 생명체에 특별히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동물에게 먹였던 달 시료가 모두 소화됐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세인트폴 대학 소속 곤충학자 마리온 브룩스의 생각은 달랐다.

브룩스는 달 표본을 뱃속에 넣고 죽은 채로 버려진 바퀴벌레 8마리를 얻어냈다. 이 죽은 바퀴벌레를 해부하고 현미경을 관찰한 끝에 곤충 위에 담긴 달 시료를 확인하게 됐다.

바퀴벌레와 달 시료는 모두 그의 개인 소장품이 됐다. 그리고 브룩스가 89세 나이로 사망한 뒤 3년 후인 2010년, 베버리힐즈에 위치한 옛 리젠시-슈페리어 갤러리에서 바퀴벌레와 달 시료, 현미경 슬라이드가 등장해 1만 달러(약 1256만원)에 팔렸다.

이번 경매를 맡은 PR 옥션은 이 상품이 40만달러(약 5억 250만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작가는 처음 판매됐던 가격인 1만 달러다.

한편, 지난달 아폴론 11호 임무 당시 달 시료를 담기 위해 사용된 테플론 백 재봉선에 묻은 먼지가 경매에 등장해 40만 달러에 낙찰됐다. 수수료 등을 포함해 낙찰자가 지불한 금액은 총 50만 4375달러(약 6억 3400만원)이다. 이 경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달 시료가 판매된 첫번째 사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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