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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드웨어(HW)에 더해 소프트웨어(SW)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완성차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사도 SW 경쟁력 강화가 필수 요건이 됐다. 단순한 기계 결합만으로는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는 시대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 원장은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HW 강점뿐 아니라 SW와 반도체 분야 등을 추가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며 “자동차가 전장화하면서 이를 구성하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나 핵심 부품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러 자동차 전자제어장치를 통합해 시스템 구조를 단순화하고, 부품도 합쳐 경량화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반도체에 집약되는 SW 기술경쟁력을 갖춰야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부장

-지난 2월 한자연 제12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소회를 간단히 밝히자면.

▲취임한 지 100일 정도 지났다. 인도네시아, 프랑스 해외 출장도 다녀왔고 국내에서도 일주일에 두 개 이상 기업을 방문하며 바쁘게 보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만나 산업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예상보다 기술 발전 속도와 기업의 움직임이 빠르다.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이 더 높이 도약하도록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와 서비스, 국내와 해외를 연계·지원하는 '촉진자' 역할을 강화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세계 자동차산업 흐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모빌리티 개념이 바뀌었다. 사람과 화물 등 위치를 옮겨주던 교통 중심 단순한 이동 개념은 과거 얘기다. 사람과 화물 등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해 새로운 운송 수단·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집합체를 의미하는 통합 개념으로 확대됐다.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 핵심 키워드는 △자율주행 △공유경제 △전기·수소 등 친환경 △초연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빌리티 패러다임 기반은 제조업에서 융합산업으로, 소유에서 이용·공유 중심으로 전환한다. 자동차는 탈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변화, 지상에서 공중으로 이동수단 확장 등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완성차 제조사·부품사가 SW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상황을 진단하자면.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 대표적인 키워드인 D(Data)·N(Network)·A(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미래기술을 가시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세계 각국은 해당 기술 선점을 위해 선제 투자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고성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자체적 운용체계(OS)와 시스템 SW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 커넥티드서비스, 전동화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미래형 전기전자(EE) 아키텍처를 설계한다. 해외 완성차 업체는 SW 인력만 3000~4000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 국내 상황은 어렵다. SW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이직률이 높아 고민이라고 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 관련 학과 정원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SW 기술력을 내재화하지 못하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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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세계 각국이 친환경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이 2050년 전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2035년 전후로 신차판매의 100%를 무배출차량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20년 10월에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 제4차 친환경차 기본계획 등 다양한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도 110대 국정과제로 전기·수소차 보급확대, 2035년 전환 목표 설정 등을 제시해 친환경차 전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 현대차그룹도 공격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2030년 제네시스 100% 전동화, 2035년 유럽 100% 전동화, 2040년 주요지역 100% 전동화 예정이다. 기아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비전으로 2030년 전기차 120만대 판매 목표를 수립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부품업계 전반을 포괄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자연은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국내 기술 수준을 평가하자면.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력은 분야별로 수준이 상이하다. 통신 기술은 5세대(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등 자율주행차 기능·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세계 최고인프라를 보유했다. 반면 부품·SW 측면에서는 인지·판단 등 핵심 기술력(인공지능)이 선진국 대비 77% 수준으로 미흡하다. 센서·자동차 반도체 등 핵심부품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비스 측면 또한 이해관계 충돌 및 제도미비 등으로 신규 서비스 활성화가 지연됐다. 정부와 민간은 역량을 집결해 미래 자율주행 시대를 현실화하기 위한 세부 실천전략을 더 촘촘히 그려야 한다.

수소모빌리티는 승용차, 버스, 트럭, 특장차, 건설기계, 드론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한자연도 다양한 기업과 기술개발 협력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승용차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소택시를 이용해 내구향상 기술을 도출 중이다. 또 수소트럭 개조기술을 토대로 공공용 5톤급 중형 수소청소트럭을 개발해 창원지역 내 실도로에서 실증했고 11톤급 대형 수소청소트럭도 개발한다. 수소모빌리티는 액화수소·그린수소 전환과 수소연료전지 내구성 개선, 그리고 대량 생산을 통한 가격 인하가 이뤄지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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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내연기관 부품사의 친환경차 부품사 전환에 어려움이 있다. 기업지원과 인력양성 방안은.

▲국내 자동차 부품사 약 1만개사가 있다. 이 가운데 엔진 관련 부품사가 30%에 달하는 데 고민이 많다. 한자연은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 부품기업 혁신지원사업' 시범사업부터 본사업까지 주관기관으로서 수행했다. 작년까지 총 168개사를 지원했다. 올해는 공동신청기업, 사업재편 승인기업 등에 여러 기업이 신청했고 총 68개사(실행기업 48개사, 준비기업 20개사)를 선정해 지원 예정이다.

또 주요 완성차사 및 1차 협력사, KOTRA, 기보·신보 등이 참여하는 '미래차전환지원단'을 운영해 부품기업을 지원한다. 주요 기업으로부터 개발 동향 및 부품 수요 등을 발굴해 부품 기업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또 부품기업의 자금·해외 판로개척·사업재편 제도 등 애로사항을 산업부를 비롯한 참여기관과 공유하고 해소하는 활동도 수행한다.

지난해 7월 26일 출범한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대표기관으로도 역할을 수행 중이다. 올해는 미래차 인력양성 수요와 내연기관차 기업의 직무전환 수요를 파악한다. 업종별로 개괄적인 선행분석을 실시해 세부적인 인력심층조사 분석을 수행할 계획이다.

수요자·공급자·정부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산업 직무의 크기, 종류, 범위에 대한 표준도 제시한다. 기업은 현장에서 원하는 인력을 공급받고, 정부·교육기관은 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 기반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국제통상업무 경험을 갖췄다. 기술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은 어떻게 준비하는가.

▲한자연은 R&BD 형태의 종합적인 국제협력을 지원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 일부 비R&D 분야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해외 R&D 협력 연구기관을 확대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지난 4월 영국 호리바 마이라, 프랑스 UTAC 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국내와 해외를 연계·지원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서비스'도 중요해지고 있다. 관련 서비스 기술 개발 지원 상황은.

▲한자연은 '자율셔틀 인포테인먼트 기술개발 사업' 일환으로 서비스 캐빈 교체적용이 가능한 완제품 형태 개방형 공용섀시 플랫폼을 개발한다. 다양한 서비스에 대응하고 주행 기동성을 극대화하고자 전동화된 독립형 조향·제동·구동 모듈 기반의 e-코너모듈을 개발·적용할 예정이다.

또 '무인·자율주행 기술의 언택트서비스 기술개발 및 기술실증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대두된 비대면 서비스 중 무인·자율주행 기반 언택트 모바일 스토어, 비대면 헬스케어 등 2종을 개발·실증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기반 비대면 디지털 산업의 언택트 사업 육성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자동차 서비스 중에서도 구독 서비스의 잠재 성장성이 매우 크다. 신차뿐 아니라 기존 판매 차량에서도 매출이 발생한다. 한자연 연구 결과 세계 15억대 차량 중 30%만 구독 서비스를 쓴다면 영업이익이 1180억달러(약 150조원)에 달한다. 세계 자동차 상위 11개사와 테슬라의 합산 영업이익과 유사한 수준이다.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은 무엇인가.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차, 자율차, 모빌리티서비스 등 미래차로의 전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신기술에 대한 융·복합화 및 탄소배출저감 요구 확대 등 다차원 대응이 필요한 이슈가 증가했다. 정부·민간·학계·연구기관 등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향후 자동차 업계의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종횡으로 움직이는 역할이 중요하다. 종방향으로는 전동화 및 자율주행차 산업, 수소경제 활성화 등 미래 기술 기반 연구를 지속 추진해야 한다. 횡방향으로는 자동차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정보기술(IT)·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산업과의 접점을 넓혀야 한다. 한자연은 기술 혁신과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해 연구역량을 키우고, 정책 방향에 맞춰 기술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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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왼쪽)과 이호준 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장이 대화하고 있다.

○나승식 한자연 원장은…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후 미국 콜로라도대 정보통신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2007년까지 정보통신부에서 IT중소벤처팀장, 지식정보산업과장 등을 맡았다. 2008년 정부조직개편으로 IT산업정책이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면서 변경된 소속 하에 기계항공과장, 정보통신정책과장,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 국무조정실 산업과학중기정책관, 소재부품장비산업정책관, 무역투자실장, 통상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산업, 통상, 에너지 분야를 두루 경험한 산업 정책 전문가이다. 올해 2월 한국자동차연구원 12대 원장으로 취임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리=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