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게임 인공지능(AI)기술은 글로벌 메이저 게임사들과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는 부문이다. 향후 게임 수준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서비스 의사소통 지원, 핵(Hack) 등 부정 프로그램 사용 탐지, 불법 거래 차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일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AI 조직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성장하는 강화학습 기반 AI로 새로운 MMORPG 콘텐츠를 구현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강화학습 기술에 딥러닝을 적용한 심층강화학습기술과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AI 기술을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사람이 미리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 딥러닝 대신 AI가 스스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가며 학습하는 '셀프-플레이 러닝' 기술을 도입했다.
AI가 자신과 전투하며 학습해 학습이 진행될수록 더 강해진 수많은 버전의 자신과 전투를 벌인다.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AI를 탄생시켰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 무한의 탑 AI나 '리니지'의 '거울 전쟁'과 '전설 vs 현역' 이벤트 등으로 실제 활용했다. 리니지 AI는 GDC2022에서 발표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음성 기술에 관한 연구도 진행한다. 음성신호에 포함된 언어, 화자, 감정정보를 인식하는 기술과 텍스트를 자연스러운 대화체나 감정이 실린 음성 등 사람의 목소리로 변환하는 음성합성 기술을 연구한다. 게임 내 채팅 등에서 편의성을 증가시킨다.
넷마블은 2014년부터 꾸준히 AI를 연구해왔다. 넷마블 AI는 '사람과 함께 노는 지능적인 AI'다. 'A3:스틸얼라이브' 모니카가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게임 이상 탐지 시스템도 구현했다. 게임 로그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게임 내 발생하는 각종 이상 현상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핵을 탐지하고 어뷰징을 잡아낸다.
트롤링도 잡아낼 수 있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신고하거나 운영자가 오랜시간 잠복하며 발견하고 또 오랜시간 검증해야 했던 걸 AI 힘을 빌려 쉬지않고 빠르게 검출할 수 있다.
넷마블은 연구 성과와 서비스 경험을 결집해 '제2의 나라'에 새로운 AI 모드인 '비접속 모드'를 선보였다. 비접속 모드는 서버 로직이 캐릭터 AI를 제어해 서버 내에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실제 플레이하지 않아도 캐릭터는 게임에서 활동한다.
박범진 넷마블네오 개발총괄은 “이용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제2의 나라 캐릭터는 살아 움직인다”며 “어떤 형태로든 다른 이용자와 어울리고 영향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넥슨은 2017년부터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해 AI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게임 운영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AI 연구 성과가 좋다. 이용자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남기는 기록을 분석해 이용자 특성을 구분한다. '피파 온라인4' 매칭에 AI를 적용해 비매너 게임을 하는 이용자끼리 묶어 정상 이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단순 실력 점수로 매칭됐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게임 내 욕설과 비속어 적발 시스템도 개발했다. 과거에는 일일이 단어 필터링 리스트에 욕설을 추가하는 식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제재했다. 한 글자만 바꾸거나 비슷한 발음으로 변형한 욕설은 막아낼 수 없었다. 새로운 욕설이나 미묘한 맥락으로 교묘하게 변형된 비속어를 막기 위해 딥러닝합성곱신경망(CNN) 기술을 적용해 3초에 100만 건가량 데이터를 분석한다. 통념과 반하는 상관관계를 찾아내 게임 저변을 확장시키는 방법 탐색에도 AI를 활용한다.
NHN은 바둑 AI가 유명하다.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머신러닝을 활용한 '한돌'은 한게임 바둑에서 급수별로 이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설정됐다.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대응한다. 한돌은 2019년 이세돌 은퇴 경기에서 2승 1패로 승리했다. 바둑 플랫폼으로 AI를 고도화하려던 컴투스는 모바일게임서비스 플랫폼 '하이브'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서비스 고도화를 꾀한다.
크래프톤은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성과가 빠르다. 사내 프로젝트 인큐베이팅 조직 '스페셜 프로젝트2'에서 인공지능(AI) 딥러닝 언어 모델을 활용한 실험적인 게임 '위시톡'과 '푼다'를 연구 중이다. 위시톡은 딥러닝 언어모델을 적용한 장난감 캐릭터와 친구가 돼 자유 대화를 할 수 있는 채팅형 소셜 게임이다. 푼다는 AI가 생성하는 무한퍼즐을 즐기는 소셜 퍼즐 게임이다. AI가 실시간으로 맵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이전 맵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는지에 따라 이를 반영한 새로운 맵을 만든다. 향후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프톤은 최근 AI연구조직을 확대했다. 딥러닝기술을 활용해 AI와 사람 간의 자유로운 대화를 가능케 하는 언어, 대화, 음성, 시각분야를 연구한다. 궁극적으로 버츄얼 프렌드, 메타 휴먼을 개발한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는 “기존 게임 제작 기간이나 인력 부담도 줄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창작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게임 장르를 구현할 수 있다”며 “이용자 반응과 플레이 패턴에 따라 진화하는 몰입감 넘치는 게임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