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통령실이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향후 디지털 통상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글로벌 디지털 규범 수위가 합의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시선도 있지만 결정되는 규범 수위는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디지털 통상을 우리 산업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이슈로 보고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디지털 규범을 선제적으로 주도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IPEF 디지털 통상 전략을 한쪽에서는 규범을 정립해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협력사업을 해나가는 투트랙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범 정립은 국가간 데이터 이동에 대한 합의과정이다. 정부가 IPEF에서 논의하는 협력사업은 디지털 역량이 떨어지는 참여국의 역량을 키워 역내 디지털 통상 연계를 확장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통상은 인터넷과 IC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국가간 교역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국가간 교역활동에는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데이터도 포함된다.
디지털 통상은 IPEF 4개 주요 분야인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중 무역 부문에 해당한다. 내용으로는 디지털 무역·표준·인프라·규범 등이 있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디지털 통상 로드맵을 수립한다. 성장 가능성 높은 지역·국가를 우선대상으로 디지털 통상 협력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로드맵에서는 디지털 통상 규범 수준이나 우리 기업 관심도, 시장 잠재력 등을 고려해 선도국·관심국·개발도상국 등 그룹별로 전략을 차별화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IPEF 참여도 디지털 통상 로드맵 범위 내에서 전략을 공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PEF에서 디지털 규범 수준은 높은 단계로 합의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처음 구상 단계에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강화된 규범을 IPEF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IPEF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이 정보이전에 민감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정부가 정보 이동에 대한 자국 내 규제 권한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이 다수 참여하게 되면 디지털 통상 규범은 높지 않은 수준에서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IPEF 특성을 고려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미일 디지털무역협정(USJDTA) 등 미국이 동맹국과 맺은 협정에서 디지털 챕터를 참고해 디지털 통상 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른 트랙으로 진행되는 '협력사업'은 아세안 국가들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는 프로젝트가 주요 논의대상이다. 참여하는 아세안 국가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역량을 끌어올리고 개도국과 우리를 연결할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하려는 구상이다.
디지털 통상 규범이 기존 디지털 협정과 비교해 높지 않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협력사업으로 참여국 인프라 등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면 IPEF 참여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디지털 통상 로드맵 구도 안에서 국내 제도를 보완하고 양자·다자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새로운 경제 협력 틀에 들어가는 IPEF 참여도 디지털 통상 로드맵의 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가 참여하고 인도, 파키스탄까지 포함하는 다자협정이 되면 이들 개도국을 포괄하는 디지털 규범은 우리에게 민감한 수준으로 설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는 통관 간소화 소액결제, 소액물품 관세 면제 등 디지털 통상 차원에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