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스텝 꼬인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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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단

방역·복지 콘트롤타워 수장의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관가와 정치권에서 숱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가 새 정부의 첫 조각에 '조커 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장관·총리 후보자 임명을 위한 방패나 희생양 역할이냐는 것이다. 전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선으로 후퇴한 데 이어 최근 이임사까지 하고 관가를 떠났다.

장관은 정무직 관료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자리다. 정치권 공방에 언제든 휘말릴 수 있다지만 현재는 '전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흔이 아물지 않았고, 다가올 가을 대유행에 대비해 각종 현안을 점검해야 한다. 실무는 차관이 챙기더라도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이 없다면 관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지가 의문이다.

코로나19 대응은 제외하더라도 많은 숙제가 있다. 의료계와 플랫폼 갈등이 첨예한 비대면 진료가 대표적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정면충돌한 간호법 제정도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 바이오산업 육성은 윤석열 정부의 중요한 공약 가운데 하나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비롯한 현장과 업계의 숙원 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복지 쪽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와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빠른 시간에 기존 정책의 근본 틀을 안전히 바꾸려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무를 살펴야 한다. 모든 행정은 국민 생명, 일상과 관련이 깊다. 올가을 코로나 대유행을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을 것이다. 소득 최하위 계층 등 정부 복지정책에 영향을 받는 이들 역시 윤석열 정부와 보건복지부 기조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임명권자는 후보자의 자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책임지고 인사권을 발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장관 자리를 정치적 협상 대상으로 남겨둘 이유가 없다. 다른 경쟁력 있는 인사를 추천해서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빠르게 보건복지부 수장 자리가 채워지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여부는 수뇌부의 기민하고 정교한 의사결정에서 비롯된다. 정치권의 한가한 공방이 이어질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상황이 아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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