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규 도입이 송출수수료 인상 압박을 높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널 신설에 앞서 홈쇼핑 출혈경쟁 심화 등 유료방송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학회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홈쇼핑 산업 지속성장을 위한 'T커머스 현황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중기전용 T커머스 신설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홈쇼핑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하주용 인하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사업자 출현이 송출수수료 인상과 소비자 후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정책 목표 설정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TV홈쇼핑·T커머스 17개 채널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약 2조3000억원으로 방송 매출에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 교수는 송출수수료 인상 요인으로 과도한 채널 경쟁을 꼽았다. 성숙기에 접어든 홈쇼핑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가 늘면서 노출빈도가 높은 황금 채널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T커머스 채널들이 잇달아 S등급 채널에 진입했다. 신세계쇼핑은 2017년 C등급이던 채널번호를 A등급으로 올리며 채널확보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이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2017년 287억원에서 이듬해 547억원으로 2배 증가했다.
하 교수는 “T커머스 채널 사업자들이 상위번호 채널 진입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송출수수료 인상폭이 커졌다”면서 “경쟁으로 인해 S급 채널은 10%, A급 채널은 20~30% 수수료 인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역시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 교수는 “중기 판로 지원이라는 사업 취지 역시 기존 홈쇼핑이 수행해온 기능과 책무”라며 “오히려 사업자 확대가 판매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중소 개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녈 편성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산업계와 유관 단체, 학계 전문가들은 T커머스 채널 신설이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중소기업 판로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세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중기 전용 T커머스가 공익 목적으로 출범한다면 중기·소상공인 제품 방송편성 비율을 100%로 맞추고 정률수수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적정 송출수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홈쇼핑 채널은 양방향 기반 T커머스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서비스 채널로 운영하거나, 라이브커머스 등 방송 채널의 효율적 활용 방안을 새롭게 모색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