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7개국과 지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데이터 유통망 독립에 나선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등 7개 국가와 지역이 APEC에서 개인 데이터 이전 규칙을 독립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국가는 글로벌 '국경 간 프라이버시 보호규칙'(CBPR)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CBPR는 2011년 APEC이 마련한 데이터 교환 기준이다. CBPR 인증을 받으면 APEC 가입국이나 지역 간 데이터를 이전해서 비즈니스 등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은 각국의 개인정보 취급에 관한 규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관련 수속 절차도 간단하게 줄일 수 있다.
현재 CBPR에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캐나다, 필리핀, 싱가포르, 호주, 멕시코 등 9개국·지역이 참여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글로벌 CBPR에는 호주와 멕시코 이외 7개국·지역이 이름을 올리게 된다. 향후 APEC에 가입하지 않은 남미 국가 등의 참여도 독려할 계획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은 수년 전부터 CBPR를 브라질 등 비APEC 국가로 확대하려는 의향을 보였다. 2020년 6월에는 별도의 플랫폼 독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그동안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중국이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등으로 데이터가 유출될 리스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시되면서 글로벌 CBPR 출범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글로벌 CBPR에 참여하는 국가·지역은 기존 체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인증 시스템을 확립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향후 브라질, 영국 등이 회원국으로 가입하면 새로운 데이터 유통 질서를 확립할 기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CBPR 독립은 APEC 관여 없이 7개국·지역이 별도로 진행했다. 닛케이는 앞으로 CBPR와 글로벌 CBPR가 양립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상호 간 역할 조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