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58〉진화하는 美 케이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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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업계의 가장 위대한 것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계속 재설계(reinvent)해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매출 성장을 위한 방안 찾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왔다는 것이다.”

미국 케이블TV 업계 리더이자 1위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회장(CEO) 브라이언 로버츠가 올해 1분기 실적을 공유하며 한 말이다. 본인 회사를 비롯한 업계에 대한 자화자찬이 섞인 말이라 하더라도 업계 종사자에게는 자랑스러운 말이다. 특히 실적과 업적이 뒷받침해 준다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케이블TV 산업은 수년 동안 이른바 '코드커팅'이나 '코드셰이빙'으로 가입자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컴캐스트나 차터를 비롯한 미국 케이블TV 사업자는 주력 사업을 방송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옮겨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로 자리 잡아 나갔다. 방송 사업 역시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스트리밍 방송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큐레이터와 애그리게이터 역할을 했다.

최근 미국 케이블TV 사업자 1·2위 컴캐스트와 차터가 스트리밍 플랫폼을 위한 협력 및 조인트벤처 구성을 발표했다. 컴캐스트 '플렉스'를 차터가 사용하고 지난해 출시한 스트리밍을 위한 X클래스 스마트TV, 광고 기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수모'(Xumo)를 포함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전통 방식의 미디어를 대체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방어하기 위한 실질적 애그리게이터와 큐레이터의 초석이 되기를 원한 것이다. 두 회사는 약 2억명의 가입자에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렉스는 컴캐스트가 수년 전 자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위해 준비한 OTT 전용 셋톱박스다. 유료방송은 시청하지 않더라도 자사 인터넷을 사용하면 플렉스를 통해 다양한 OTT를 무료 제공한다. 10여 년 전에 개발해 컴캐스트 기본 플랫폼이 된 X1을 기초로 개발,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하든지 Flex를 사용해서 오직 OTT만을 이용하든지 동일한 이용자환경(UI) 및 이용자경험(UX)을 통해 시청자에게 편리함과 유용함을 극대화해 준다.

X1 플랫폼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설계됐을 뿐만 아니라 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에 적합하게 RF·IP를 모두 지원하도록 개발됐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X1 플랫폼을 기반으로 OTT 전용 스마트TV 'X클래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위한 셋톱박스부터 OTT용 플렉스와 스마트TV까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이용자 접근을 쉽게 하는 장점도 갖췄다.

이와 같은 사업 전개와 서비스 진화가 로버츠 CEO의 비즈니스 재설계 및 지속적인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산업과 관련 기술에 대한 분석 및 예지 능력 없이는 비즈니스 재설계도 혁신도 이룰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케이블TV는 원래 지상파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새로운 기술이 발전될 때마다 케이블TV는 언제나 그 기술을 이용·응용, 더 나은 서비스로 진화를 거듭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 HD방송, 주문형비디오(VOD),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 등을 누구보다 앞서서 제공했다.

이제 스트리밍이 기존 전통 미디어를 대체해 방송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 케이블TV 가입자가 케이블TV보다는 스트리밍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아가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자가 점점 불편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스트리밍 번들링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이 시점에 두 케이블TV사의 협력은 시의적절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분석된다.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지금 두 회사가 취하는 전략과 방향이 케이블TV 새 모습(Cable TV 2.0)이 되기를 기대한다.

생존을 넘어 지속 혁신으로 성장을 계속 추구하는 미국 케이블TV 업계 모습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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