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렌터카 인기 차종 선주문
카플레이션·엔데믹 전환에 호재
중고차 시세 상승도 수익성 강화
관광 수요까지 회복되며 혜택↑
1분기 역대급 실적…성장세 지속
“장기 렌터카를 계약하면 즉시 출고 가능합니다.”
이 한마디 안내 문구에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 등 렌터카 업계 경영 실적에 청신호가 커졌다.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자동차 가격이 치솟는 '카플레이션(Car+Inflation)' 현상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국내 관광 특수가 렌터카 업계에 호재가 됐다.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부품 수급난 악재는 렌터카 업계에는 오히려 수혜다. 신차를 계약하면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현금·할부 구매와 달리 차량을 3~5년까지 연간 단위로 빌려 쓰는 장기 렌터카는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롯데렌터카, SK렌터카 양사의 장기 렌터카 매출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일반 구매보다 렌터카 출고가 빠른 것은 각 업체가 코로나19 초기부터 출고 대란을 우려해 기업간거래(B2B) 방식으로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에 인기 차종을 선주문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롯데렌터카는 9000여대, SK렌터카는 1000여대까지 인가(보유) 대수를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1분기 기준 양사 보유 대수는 롯데렌터카 24만8219대, SK렌터카 20만9267대다.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인기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일반 구매보다 장기 렌터카 선호도가 더 높다. 긴 출고 대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구매 보조금을 신청할 필요 없이 업체가 산정한 월 렌트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세 상승세도 렌터카 업계의 수익성 강화 배경이다. 그동안 영업 이력이 있는 렌터카는 매각 시 제값을 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부품 수급난에 따른 신차 부족이 중고차 시세 상승으로 이어지며 렌터카 차량의 잔존가치도 덩달아 상승했다.
수익성이 높지 않던 단기 렌터카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혜택을 보고 있다. 국내 관광 수요가 회복되면서 제주 등 주요 관광지는 평일 90%, 주말 100%에 달하는 높은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렌터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1분기 롯데렌탈 매출은 64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0% 늘었고, 영업이익은 705억원으로 43.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K렌터카도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0% 증가한 3109억원, 영업이익은 16.3% 늘어난 229억원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롯데렌탈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난 2792억원이다. SK렌터카는 990억원으로 25.2% 성장이 예상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차 출고 지연에 따른 누적 대기 수요 증가, 중고차 가격 상승세 등 여파로 렌터카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