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몰에 들어서면 매장에선 고객들의 표정을 읽고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고객의 기분이나 심리 상태에 맞는 음악이 자동으로 선곡돼 방송된다. 우리 기업들이 한발 앞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서 만든 디지털 솔루션이 동남아시아와 일본 시장에 진출, 현지 기업이나 사용자층에 널리 퍼지고 있다. 소비자의 얇아진 지갑을 열기 위해 우리 기업이 구축한 디지털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솔루션이 유통 분야에 적용되고, 다시 유통을 지능화하고 혁신시키는 동력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통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산업 분야에 불어닥친 '디지털전환' 바람을 타고 우리 디지털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앞다퉈 도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업무 온라인화 또는 프로세스 디지털화 정도로 간주됐던 디지털 대전환 흐름이 혁신 모델을 앞세워 산업 전반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자리 잡았다.
정보기술(IT)기업만이 그 주인공은 아니다. 디지털 기반 혁신 바람이 공공, 유통, 제조, 물류, 소비, 엔터테인먼트에까지 새로운 스타트업 유니콘을 속속 배출해 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일부 디지털 선진국의 전유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 대전환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강국 코리아는 글로벌 디지털 패권국가를 꿈꾸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로서 디지털정부 1위, 6G 선도국가, AI 데이터 강국으로 불리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선도국' 비전을 구체화하는 한편 빠르게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의 디지털전환은 그 자체로 우리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줄 최고 경쟁력 기준이 된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바이오(Digital-Bio), 디지털농업(Digital Agriculture),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스마트스쿨(Smart School) 등 신산업이 우리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이유이다.
세계는 우리가 개척해 나가는 디지털 대전환 여정에 대해 관심이 높고, 눈여겨보고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우리의 전자정부 경험을 벤치마킹하면서 검증된 디지털 정부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이다. 식량안보에 나서고 있는 중동 국가에서 한국형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에 전달되고 있다. 또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쟁력이 상승한 스마트헬스(Smart Health)와 스마트러닝(Smart Learning)시스템은 해외에서 더 각광받고 있다.
물론 디지털전환 여정에는 우리가 초격차를 두고 선도하는 분야가 있다면 과감한 투자와 규제 혁신을 통해 하루빨리 따라가야 하는 분야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솔루션과 소프트웨어(SW)를 받쳐 줄 하드웨어(HW) 업그레이드도 시급하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리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청사진도 국정과제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 자양분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 및 디지털 혁신 가속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등이 추진된다. 디지털전환 여정도 이제 새로운 챕터에 들어설 것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 개인이 모두 참여하는 혁신의 장(Platform)으로서 디지털 대전환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정외영 KOTRA 혁신성장본부장 oyjung@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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