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에게 골목길은 난코스다. 차량의 크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다른 차나 벽면에 닿을까 노심초사다. 좌우측에 불법 주차된 차를 피해 골목길을 지나는데 다른 차와 마주하거나 막다른 길에 도달했을 때는 더 암담하다. 전진도 힘든데 후진까지 해야 한다. 좁은 주차장 출입구를 지날 때도 차를 긁지는 않을까 긴장하기 일쑤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 발달은 이 같은 운전자의 고민을 줄여준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협로주행, 후방자율주행, 원격 자동주차 등을 통합한 '차세대 주차 제어 시스템(MPS)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멀지 않아 관련 기능을 이용할 전망이다.
차세대 주차 제어시스템은 센서 퓨전 기반 기술이다. 주차를 위해 필요한 12개 근접 초음파 센서와 4개 영상 카메라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더 정밀하고 안전한 주차를 지원한다. 기존에 현대모비스가 양산 개발한 후방충돌방지(PCA-R), 3D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원격 자동주차(RSPA) 기능에 새롭게 개발한 '협로주행(NSA)' '후방자율주행(RA)' 등을 더했다.
협로주행 기능의 편의성은 매우 높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가 알아서 장애물을 피해 골목길을 통과한다. 막다른 길을 만나더라도 스스로 후진 자율주행으로 빠져나온다. 좁은 지하주차장 회전식 출입구를 통과할 때도 유용하다.
자동차는 협로나 장애물이 많은 길을 달릴 때 센서를 통해 주변 여유공간 정보를 계산하고 회피 경로를 생성한다. 이후 충돌을 피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주행한다. 현대모비스 협로주행 기능은 자동차 전폭을 기준으로 좌우에 각각 40㎝ 여유 공간만 있다면 사용 가능하다. 사이드미러를 펼친 상황에서 좌우 각각 한 뼘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되는 셈이다.
후방자율주행 기능도 운전 편의성을 높여준다. 협로주행과 마찬가지로 버튼을 누르면 곧장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자동차는 운전자가 전진으로 주행한 일정 거리를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후진 경로를 생성한다.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제어해 자동으로 빠져 나온다. 굴곡진 길에서 후진할 때 더 유용하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두 기능은 특별한 센서 추가 없이 구현된다. 현대모비스는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SW) 로직과 양산 중인 초음파 센서 기반으로 해당 기능을 개발했다. 초음파 센서가 근거리 사물을 인지하고, SW 로직과 제어시스템으로 자율주행을 수행한다. 현재도 모두 양산차에 사용되는 센서인만큼 빠른 기술 도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차세대 주차 제어시스템은 자동차에서 내려 빈 공간에 직각이나 평행으로 주차하는 원격 자동주차 시스템, 내 차 주변 360도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D 서라운드 뷰 모니터, 후방충돌 방지 등을 지원한다.
현대모비스는 운전자 개인 주차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주차 어시스트(MPA) 기능을 오는 2023년께, 백화점과 호텔 등에 적용할 자동 발렛파킹(AVP) 기능을 오는 2025년께 개발을 완료해 운전자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