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한 국내외 연구진이 양자내성암호(PQC)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았다. 양자내성암호가 가진 '완전한 암호체계 이미지'가 다소 퇴색됐다. 양자컴퓨터, 수학, 암호학 등 관련 학계와 산업계에 큰 전환점을 제시했다.
ETRI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 한양대, 고등과학원(KIAS), 영국 임페리얼대 등과 함께 '선형잡음문제'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선형잡음문제는 에러가 있는 선형 일차방정식 해(문제 풀이)를 구하는 것이다. 무작위 추출된 입력, 에러가 포함된 출력으로 샘플을 얼마나 적게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갈린다. 가장 주요한 양자내성암호 기반 문제다.
양자내성암호는 문제 규모에 따라 필요 '큐비트(양자컴퓨터 계산 기본 단위)' 자원이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 연산자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양자컴퓨터로도 공략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기존 암호체계와 달리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분할-정복 전략'을 활용, 비교적 소규모 양자컴퓨터로도 양자내성암호를 공략하는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는 전체 구조를 작게 나눠 개별 공략하는 방법론이다. 적은 연산 능력으로도 높은 효과를 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성과가 전체 양자내성암호를 모두 정복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학계, 앞으로 양자내성암호를 활용할 산업계에 큰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성과는 양자내성암호 공략, 수호 관점에 많은 추가 연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된다.
박성수 ETRI 양자기술연구단장은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양자내성암호 양자 공략이 원리적으로 가능함을 밝힌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하지만 양자내성암호를 실제 공략하기 위해서는 연산 능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임페리얼대 교수는 “새로운 암호체계의 신뢰도 계산에 직접 연관돼 좋은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양자 샘플 생성, 준비 단계부터 문제해결 전 과정 계산 자원량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추가 수행할 계획이다. 현실적인 양자내성암호 공략 가능성을 검증한다.
한편 이번 성과는 양자정보과학기술 전문 학술지인 '퀀텀 사이언스&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 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양자암호통신 집적화 및 전송기술 고도화 사업 등 지원으로 기술이 개발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