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자회사를 설립하고 가입자 경쟁을 펼치는 사례는 많다. 해외에서도 알뜰폰은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심사 대상이 되고, 규제기관이 신중하게 판단해 인가조건을 부과한다. 다만, 직접적 시장점유율 제한 등 조치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호주, 스페인 등 해외 이동통신사들은 알뜰폰을 자회사로 두거나 세컨드 브랜드로 활용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가입자 2100만명을 보유한 미국 최대 알뜰폰 사업자인 트랙폰을 62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버라이즌은 2021년 트랙폰 인수에 대해 저소득층 소비자를 가격 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저소득 통신 보조금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도록 하는 인가조건을 부과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버라이즌의 트랙폰 인수로 이통자회사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게 됐다. 그럼에도 미국은 뚜렷한 시장 점유율 제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알뜰폰이 대형 항공사가 보유한 저가항공사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이통사의 과도한 경품 경쟁 등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란을 발생시키지는 않는 상황이다.
일본은 이통사가 알뜰폰을 흡수합병하고 세컨드 브랜드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3위 사업자 소프트뱅크는 2015년 4월 운영 효율화를 위해 계열 3개 통신사를 합병했으며, 이 중 알뜰폰인 Y!모바일을 세컨드 브랜드로 뒀다. 이후 완전자회사인 윌컴 오키나와와 라인모바일을 2021년말 흡수합병했다.
지난해 라인과 Z홀딩스(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합병한 뒤 A홀딩스를 출범했다. 이후 라인모바일은 저가의 온라인 특화 브랜드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소프트뱅크에 흡수합병 후 라인모라는 온라인 전용 세컨드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KDDI는 2020년 5월 자회사인 UQ커뮤니케이션이 운영하는 UQ모바일의 사업을 승계한 이후 별도의 저가 브랜드로 운영 중이다.
호주는 옵터스가 최대 알뜰폰사업자 어메이심을 인수해 별도 브랜드로 운영 중이다. 스페인은 2000년 이후 시장에 진입한 매스모바일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페페폰, 라마, 오션, 리카모바일 등을 인수해 시장점유율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2세대(2G) 이동통신시절부터 알뜰폰이 발달했고 유통업, 우체국 등 타산업의 알뜰폰 진출이 활발해 우리나라와 같은 이통 자회사 논쟁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이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논쟁의 불씨는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