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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전환 시대로 변화를 가속화했다. 디지털 전환은 세계 각국과 산업계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디지털 패권을 누가 거머쥐느냐에 따라 글로벌 산업 생태계는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방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취임한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한국디총) 회장은 그 열쇠로 'ESG디자인경영'을 이야기한다. 사람과 기술, 환경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는 디자인의 역할이 ESG와 닮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디자인과 기술의 연결이 디지털 경험 확장과 지속가능성을 실현한다고 확신한다. 김 회장은 디자인 영역을 넓혀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디지털 경제 선도국으로 거듭나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지난 27일 '디지털패권시대 융합테크디자인 정책포럼'도 개최했다.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디자인과 기술의 미래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27개 디자인단체 대표로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해 'K-디자인'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는 김 회장의 포부를 실현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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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디자인단체 총연합회장(왼쪽)과 이호준 부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대담=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부장

-올해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직에 취임했다. 협회 설립 배경과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해달라.

▲협회는 1995년 국내 디자인이 영역별로 다양하게 발전하는 시기에 설립됐다. 워낙 많은 디자인단체가 출범해 각자 목소리를 내다보니 하나의 팀이 돼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국가경쟁력에 새로운 방향이 필요했다. '디자인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공감이 협회 탄생 배경이다. 현재 27개 크고 작은 단체들이 모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연계해 디자인 관련 정책 개선을 제안하고 디자인 행사도 후원한다. 디자이너 역량 강화와 권리 보호도 중요한 과제다. 워크숍을 개최해 디자인계 이슈를 제시하고 나아가 국가 정책 반영 방향도 모색한다.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은.

▲기존 기조를 유지하면서 디자인 분야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디자인계 목소리를 담은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와 융합도 추진하려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유저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디지털과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회원사를 유치하고 단체를 만드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국내에는 디자인 관련 여러 인증기관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예로 'K-디자인 인증' 식의 통합된 인증기관도 만들고 싶다.

-최근 연합회 주관 디지털패권시대 융합테크디자인 정책 포럼이 열렸다. 포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윤영석 국회의원실(국민의힘)과 공동 주최한 포럼이었다. 'ESG디자인경영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만드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ESG와 미래 △따뜻한 기술과 만나다 온(溫) △기술과 함께하는 지속가능성 기(技) 3부로 진행됐다.

우선 산업 측면에서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한 디자인 개념을 확장하자는 취지다. 생각보다 디지털 전환 시대 디자인 업계 일자리 전환률이 낮다. 앞으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 다채로운 산업 환경에서 디자인 영역 인재 양성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환경 측면이다. 아직까지 대부분 게이미피케이션이나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만 디자인을 강조한다. 세부적으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스토리텔러 등 디자인이 필요한 영역이 다양하다는 점을 알리고 선점하고자 했다. 디자인 혁신 측면에서 기술과 사람이 함께 하는 디자인인 '융합 테크'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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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ESG는 익숙하지만 ESG디자인경영은 조금 생소한 개념이다.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달라.

▲디자이너 빅터 파파넥은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통합적인 조정자'라고 말했다. 디자인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통합적인 조정자로서 사람과 기술, 환경을 연계하고 서로 소통하게 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과 ESG가 추구하는 바가 매우 닮았다. 결국 ESG 경영에는 디자인이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도 좋은 예다. 탄소중립을 위한 소재, 공간, 제품, 인식 등 여러 부분에서 디자인이 필요하다. 앞으로 ESG 경영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ESG디자인경영이라 칭했다. 더불어 디자인이 ESG 경영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취지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K-팝, K-드라마처럼 디지털 영역에서도 우리나라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패권국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K-디자인을 접목한다면 디지털 패권 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디지털 시대에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현선디자인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연구소 주요 활동과 성과는.

▲1992년 설립해 올해로 30년째다. 일본에서 근무할 당시 우리나라 황금디자인 공모전 1등에 당선되며 국내 사무실을 차렸다. 시각디자인, 제품디자인도 했지만 공공영역 디자인을 좋아한다. 서울시 CI 시민 공모 당선 이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이후 청계천 경관디자인에 참가하고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으로 아시아디자인어워드 그랑프리도 받았다. 개인이 아닌 공공 브랜드를 개발한다는 점이 내게 의미가 크다.

불산사고 유출 사건으로 발생한 인명피해가 안타까워 산업단지 환경디자인도 제안했다. 부산과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디자인, 과천경마공원 '렛츠런 파크' 브랜딩 등에도 참여했다. 공공영역 디자인에서는 관리자 측면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기술 측면으로만 다뤄진다는 우려도 있다. 디자인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바라본다면.

▲디지털도 결국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디지털을 예쁘게 디자인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디지털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소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디지털 세상에서 잘 소통하도록 지원한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AI, AR 등 디지털 기술을 혼자 향유하는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메타버스 등 기술 환경에서 상호 소통이 화두로 떠올랐다. 낯설게 느껴진 디지털 환경이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만큼 디지털 세상 소통 기법을 서둘러 고민할 때다.

디지털 세상 소통은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가상세계에서 소통 기술을 극복하고 정교화해 실제와 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의 힘으로 감성 부분도 수용해 기술 영역에서 느껴지는 삭막함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디자인의 역할과 중요성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계 속의 디자인이 중요하다. 메타버스를 예로 들면서 실제 사례를 얘기하겠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색'을 개발했다. 당시 서울시 구청마다 외관 색깔이 초록, 파랑색으로 가지각색이었다. 디자인에서 색채가 중요한 부분이지만 시설은 배경이고 사람이 주연이라는 관계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시설물 톤을 기와 진회색 등 회색톤으로 통일했다.

조명도 비슷하다. 도심에서는 조명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문화재가 있는 곳에서 조명은 주체가 되면 안된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듯 메타버스 안에서도 이런 점이 중요하다. 시각 부분, 공간 연출, 제품 배치 등 디자인 영역에서 폭넓게 관계성을 살펴야 한다. 디지털과 디자인을 연결하고 소통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과 디자인이 서로 '사랑'할 때 디지털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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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디지털 전환 속 디자인 전략과 관련해 산업계와 정부, 공공기관에 제언한다면.

▲산업계, 정부, 지자체 모두 디지털 시대를 피해갈 수 없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디지털 전문가와 디자이너가 함께 가는 것이 맞다. 디자인 진흥 측면에서 보더라도 디자이너 혼자 실행하기보다 디지털 전문가가 동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이 중요하다. 디자인에도 기술의 힘이 필요하고 기술에도 디자인의 힘이 필요하다. 각 영역에서 서로 융합하기 위한 인력을 양성하고 서로의 영역에 편입되기 위한 재교육 등도 필요하다. 결국은 예산문제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하고 기업은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전자업계에서 고객경험(CX), 경험디자인이 화두다. 디지털 전환 시대 우리 산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용자' 경험디자인이다. 종종 사용자가 생략되는데 사용자 경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문화적 해법을 도출하는 개념이다. 사용자 욕구가 다각화되고 네트화크화되면서 새롭고 가치있는 경험을 주기 위해 경험디자인이 강조된다. 경험디자인을 위해서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뿐만이 아닌 다학제 요소를 연계하고 통합해야 한다. 인지심리학, 언어학, 건축학, 환경, 촉각 등 많은 것을 다뤄야 하는 복합적인 영역이다.

산업계는 사용자 연구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디자인 영역은 정성적인 조사 위주로 진행됐다. 이제 디지털이 접목되면서 디자인에서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학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경험디자인과 데이터 분석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에 디자인적 사고가 개입하고, 다시 디자인 영역을 기술이 보완하며 디지털 혁신이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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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선 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장은...

1983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후 1991년 도쿄예술대학 미술학 박사(조형디자인)를 취득했다. 1992년 김현선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직을 맡고 있고 2015년부터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7년 서울시 CI 개발 1등 당선 이후 14년간 국내외 도시계획, 건물, 조경, 랜드마크 등 굵직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1등만 43차례 수상한 공공디자인 분야 권위자다.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전시공연 모델을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14대 회장으로 취임해 디자인계 이슈와 목소리를 모아 국가 정책으로 제안하고 국제사회에서 K-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리=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