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설치돼 40여년 간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상징해 온 동상이 철거됐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옛 소련 시절 설치된 ‘러-우크라 우정의 동상’이 100여 명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거됐다고 보도했다.
이 동상은 지난 1982년, 소련 결성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곡선형 기념물 ‘인민 우정 아치(Arka Druzhby Narodiv)’ 아래 세워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노동자가 소련 국민의 우정을 상징하는 훈장을 함께 들고 서 있는 8미터 크기의 조형물로 양국의 우정을 상징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동상이 다른 의미가 되어버리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지우기’에 나섰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 동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우호를 상징해 왔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목도한 우호의 실체는 우리 도시의 파괴와 살육이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각 도시에서는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이 안에는 어린아이, 임신부, 노인들도 포함됐다. 전쟁을 피해 국외로 탈출하는 난민은 8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전쟁을 우크라이나의 무장을 해제하고 파시스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수작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우크라이나는 의미가 변질되어버린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 이는 키이우시가 ‘탈러시아, 비공산화’를 위해 철거할 계획을 밝힌 60개의 기념물 가운데 첫 번째 철거다.
철거가 시작되고 먼저 동상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시민들은 큰 소리로 환호하며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떨어진 머리 조형물 위에 앉거나 발만 남은 뼈대위로 올라가 포즈를 취하는 등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동상이 설치됐던 인민 우정 아치는 철거 대신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상징하는 아치로 개칭할 것이라고 클리치코 시장은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