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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은 40%나 폭증하고, 중동 산유국 원유 가격도 속속 인상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조달했던 원유 일부를 중동에서 들여오면서 중동산 원유 역시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에너지 가격 급등은 원자재와 물류비용 부담으로 연결되는 만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산업계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에너지 시장이 불안할 때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원의 무기화'가 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나 동맹 강화 외에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수립과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동시에 글로벌 공통 과제인 탄소 중립까지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즉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을 뿐 아니라, 연료를 수입하지 않고도 자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대부분은 자원에 의존하는 형태다. 게다가 그 자원은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다. 자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연료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술만으로 누구든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기반 에너지' 개발이 이뤄진다면 에너지 안보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기술 기반 에너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핵융합에너지다.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하는 핵융합에너지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며, 그 연료는 중수소와 리튬이다. 이들은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히 구할 수 있으므로 핵융합에너지 연료는 바닷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바닷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만 확보된다면 에너지 생산을 위해 자원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이미 거의 무한한 핵융합에너지의 연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핵융합에너지는 자원에서 자유로운 만큼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핵융합에너지가 실현된 시기에는 이전 에너지 자원과 마찬가지로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을 경우 결국 에너지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자원'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기술'을 가진 나라가 에너지 강국이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나라는 에너지 종속국으로 지속해서 에너지 안보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어느 때보다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3월에 백악관 핵융합 정상회의에서 핵융합에너지 개발 가속화를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발표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다른 나라 역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에 핵융합에너지 개발이 포함돼있는 가운데 최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요구까지 더해져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 추진 동력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뒤늦게 시작했지만, 다행히 현재 세계적으로 핵융합에너지 개발 선도국에 속한다. 우리가 만든 핵융합 장치 KSTAR로 핵융합 핵심 기술인 이온 온도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세계기록을 달성했으며, 국제 공동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건설에서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어서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는 자원이 아닌 '기술 기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에 의한 에너지 자립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안정한 에너지 안보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원' 빈국이지만 '기술' 강국인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에너지 자원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길은 핵융합에너지 기술확보이며, 이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 sjyoo@kf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