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중립 목표와 수단

최근 탄소중립이라는 말이 부쩍 많이 들린다. 산불, 코로나, 홍수 등 우리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재해가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자는 목표다. 유럽에 이어 2020년 하반기부터 중국·일본·미국·인도 등이 탄소중립을 선언, 불과 1년 남짓 만에 배출량 기준 90%의 국가가 탄소중립으로 향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말이 최근 우리 귀에 익은 이유다.

Photo Image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2021년에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고 2022년 3월 탄소중립기본법을 시행했다. 우선 2050년 순배출 제로를 위한 중간 목표인 2030년까지는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해야 한다. 엄중한 기후 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목표를 마주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 26%, 배출 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남은 시간 32년, 연평균 감축률 4% 등 국내 여건이 주요 선진국 대비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같은 경제구조 대전환 과정에는 위기와 더불어 기회도 있다. 지금 목표를 달성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말은 수단을 선점하면 기회라는 이야기도 된다. 수단의 핵심은 기술 확보다. 2021년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의 50%는 아직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2030년까지 에너지 부문만 연간 5조달러 투자를 전망, 기술 관련 기회를 암시했다.

더욱이 지난 3월 기준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80유로를 넘은 가운데 80유로를 상회하면서부터는 탄소포집저장 등이 경제성을 띠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기술 기회를 더 부각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친환경 기술에 투자된 벤처 자금이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넘으며 2020년 대비 약 두 배를 기록한 것은 투자 기회 전망을 밝게 해 준다.

그렇다면 선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미 탄소 배출이 많은 자산(공장)을 매각 또는 반대인 탄소 배출이 적은 자산을 인수하는 등 저탄소 기술을 적용한 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거나 이런 공장에서 만드는 저탄소 제품 또는 탄소중립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혁신적 탈탄소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는 제프 베이조스 등과 함께 2016년 '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설립한 후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10~20개 혁신적 기술회사를 발굴, 투자 및 육성해 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0년 탄소중립 선언에 즈음해 일본공적연금이 놀라운 발표를 했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일본 기업이 소유한 관련 특허로 말미암아 일본공적연금이 보유한 일본 기업의 주식 가치가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기후변화완화 기술 특허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드러나 있다.

발표에 따르면 2014~2018년 일본의 기후변화 완화 기술 특허는 2만3000개로 미국이나 독일에 앞서는 것은 물론 한국의 3배에 육박한다. 한국은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핵심 분야보다는 에너지 생산·전송·배분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도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사업 인프라 활용을 포함해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자력 개발 또는 기술 보유사 인수를 시도해야 한다.

지난 3월 글로벌 전략컨설팅 회사가 발표한 국가별 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자산 보유 현황에 따르면 기술자산 및 인적자산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비록 불리한 여건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기술자산을 전략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한다면 위험적 목표가 기회적 수단으로 바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탄소중립 목표와 수단의 의미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sungwoo.kim@KimChang.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