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신용카드사 한 곳에서 다수의 부정 거래가 발생했다.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피해자가 나왔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를 정도로 논란이 됐다.
해당 카드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피싱, 스미싱 등을 통해 도용된 정보가 결제까지 이어진 범죄라면서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물론 금전적 피해까지 보상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비대면 카드발급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부정사고가 발생했고, 사기범의 부정 발급으로 2000만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 앱카드를 도용한 수천만원대 규모의 피해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범인들은 피해자 명의를 도용해서 앱카드를 등록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피해자 일부는 아예 앱카드를 설치하지 않았음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2010~2014년에는 1억400만원의 명의도용 사고가 발생, 일부 카드사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카드사의 단독 멘트가 있다. 시스템을 정비해서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달라진 건 없다. 부정 거래 사고는 여전하다. 실제 이번에도 부정 거래가 발생했지만 해당 카드사의 이상거래시스템(FDS)과 eFDS는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와 만난 결제 보안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비밀번호도 연이어 틀리면 잠기는 것이 일반적인 로직”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레인보 어택'(또는 시리얼 어택)이라고 번호를 단순 매칭하는 방법의 경우 실패가 다수 나오게 되는데 이걸 FDS에서 거르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추정했다.
매년 신용카드 사용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카드 승인액은 977조1000억원으로 전년의 885조7000억원 대비 10.3% 증가했다. 올해 1000조원 돌파도 유력하다. 반면에 현금 사용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사람들이 현금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면서 지폐의 유통 수명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5만원짜리 신권이 유통된 시점부터 망가져서 폐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년 10개월로 전년보다 4개월 늘었다.
이런 추세에도 부정·도용 사고가 거듭되면서 소비자의 신용카드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불안하다” “사실상 소비자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되풀이되는 이런 사태에 이용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더구나 금전 피해가 고스란히 보상될지 여부도 불안하다. 애먼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전적 보상은 필수다. 다만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한 분석과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카드사에 묻고 싶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신용카드는 안전한가?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