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자율주행 트럭 미래, '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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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대형 트럭을 활용한 화물 운송량이 110억톤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심각한 인력난과 안전 문제를 겪고 있다. 운전학원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폐업하면서 트럭 운송업계는 기존 인력 유지는 물론 신규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크다. 이는 팬데믹으로 가동을 멈춘 공장과 공급망 악화로 발생하는 문제와 맞물려 산업계 혼란을 초래했다. 연료와 전자제품 등에 대한 초과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어려웠다.

공급망 위기 해결책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떠올랐다. 자동차 업계에서 화두며, 자율주행 기술은 대형 트럭 운송업계에도 복안을 제시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대형 트럭은 운전자 대신 24시간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배송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도출한다. 해당 경로를 따라 트럭의 여러 장치를 제어하면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해 준다. 대형 트럭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어렵지만 상용 자율주행차와 비교하면 개발에서 난관에 부닥칠 확률이 훨씬 낮다. 대형 트럭의 자율주행 경로는 반복되는 경우가 많고, 고속도로 주행이 주행시간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통상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공하는 자율주행은 레벨2 또는 레벨2+'다. 반면에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투심플은 레벨4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 성공했다. 도심이 아니라 비교적 한산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 자율성 달성이 쉽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한 유인 트럭 운전과 달리 레벨4, 레벨5 자율트럭 운전자는 밤중에 한산한 도로를 운전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등 안전성 또한 높다.

자율 단계 핵심은 자율 전기지령식 제동 시스템이다. 대형 트럭은 무거울 뿐만 아니라 적재된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동역학 특성상 급제동이 어렵다. 이에 따라 제동시스템은 고속 주행하는 대형 트럭을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투심플 레벨4 자율 시스템은 라이다와 같은 센서를 사용해 차량 주변 360도, 전방 1㎞를 관찰한다. 이후 데이터가 전기 지령식 제동 제어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소프트웨어 인식과 트럭 하드웨어 연결을 통해 안전 제동을 실시한다. 제동 시스템은 차량 안전에 가장 필수적이다. 물리, 신호, 동력,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에서 완전한 이중화 구조를 갖춰야 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투심플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오클라호마에 이르는 1531㎞ 고속도로 구간에서 대형 트럭으로 수박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도로 테스트보다 전기지령식 제어 개발을 위해서는 더욱 효율적 대안으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담당 개발자에 따르면 트럭의 차량 제어 유닛 테스트 가운데 90%는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위한 인터페이스(GUI) 기반 환경인 매트랩, 시뮬링크, 기타툴에서 개발 모델을 사용해 수행했다. 이 모델을 사용할 때 장점으로는 차량 제어팀이 모델을 참조해 차량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코드를 직접 읽는 것에 비해 훨씬 쉬워서 모델은 차량 제어 구성원 전체에 단일한 정보 출처 역할을 한다. 관련된 모든 기능에 대해 팀원 간 소통이 모델을 기초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둘째 모델이 자동으로 코드를 생성해 모델 수준에서 만든 설계를 구현한다. 사람이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 덕분에 팀은 다양한 차량 주행 조건을 설정하고, 이 같은 조건 아래 자율 시스템을 테스트할 수 있다. 실제로 투심플은 고차원 매트랩 스크립트와 기트허브를 통해 모델의 변수를 관리한다.

셋째 V-모델이라는 자동차·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의 표준 설계 모델과 비교해 전체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검증·확인 모델로 불리는 V-모델은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기 전에 분석, 설계, 검증을 체계적으로 거치는 설계 접근법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엔진과 차량 프로그램 전 과정을 V-모델로 진행하면 통상 3년 내지 5년이 걸린다. V-모델의 시간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투심플이 대표 사례다. 전기지령식 제어 시스템 개발 시 V-모델, 소비자 요구를 즉시 반영하는 애자일 프로세스 결합형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통해 투심플은 24시간 내 전기지령식 소프트웨어 패치를 출시하고 새로운 기능을 72시간 안에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돼 투심플과 같은 혁신 사례를 다양하게 만들고, 세계 공급망 문제가 완화되길 기대해 본다.

이종민 매스웍스 대표 jongmin.lee@mathwor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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