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1682교 중 1412교가 고교학점제 운영
직접계고 573교 포함하면 전체 90%가 도입
"준비필요하다"vs "더 늦추면 혼란만 일으켜"
새 정부 취임을 앞두고 고교학점제 유예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직업계고는 물론 일반계고까지 84%가 이미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것으로 집계돼 주목된다. 2023년 제도 시행을 예상하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학교들은 제도를 유예하면 오히려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일반고 84%에 달하는 1412개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제도를 통해 '국·수·영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등학교에서도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제도다. 이수 기준은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뀌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고교 제도와는 다르다. 정부는 지난달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학점제로 전환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내년을 시작으로 현 중1이 고1이 되는 2025년에는 모든 고교가 고교학점제로 완전히 전환된다. 졸업을 위한 이수 기준은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줄어든다.
제도 시행에 앞서 전체 1682개교 일반고 중 1412개교가 고교학점제를 사실상 도입해 내년 1학년에 적용할 준비를 마쳤다. 부산·대구·광주·세종·경기·충북·전남·경북·제주 등 9개 지역의 일반계고는 100%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계고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573교가 모두 학점제를 도입한 상태로 이를 포함하면 고교 90%가 학점제를 운영 중이다.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통해 선택과목도 대폭 늘어난 상태다. 도입 전 평균 30과목이었던 선택과목은 41개 과목으로 늘어났다. 연구·선도학교는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필요한 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시작한 상태다.
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는 학생들이 40% 이상의 성취 수준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지도하는 제도다. 통과·낙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학생이 낙제점을 맞아 유급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도입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는 학점이수, 선택과목 확대,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낙제 도입 등이 기존과 가장 큰 차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과 지방선거를 계기로 유예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고교학점제 유예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대입제도 개편 등 선결과제 해결 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모두 학생 선택권을 늘리는 취지에는 찬성하고 준비가 안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 예비후보들까지 고교학점제 유예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대선에서도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고교학점제 유예에 힘을 실었다. 고교학점제 9부 능선을 넘은 상태에서 선거를 계기로 유예 주장이 나온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유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더욱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유예가 되면 대입제도 개편 시점이 늦춰져 제대로 된 제도 안착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진수미 경기 광남고 교사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입시와 맞물려야 하는데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입시 개편을 늦추면 오히려 더 안착이 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진회 충북교육청 장학사는 “준비가 안돼 고교학점제를 유예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고교학점제로 전환한 상태여서 다시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당장 내년 학점제 전환할 준비를 하는데 유예 주장이 나와서 더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