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의적인 R&D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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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풍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력개발실 책임행정원

과학기술 혁신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원동력이 된다. 연구개발(R&D) 조직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혁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혁신은 창의성이라는 단계를 거쳐 발전한다. 창의성이 혁신의 원천이자 마중물인 셈이다.

그러면 조직의 창의성은 어떻게 조직 내 역량으로 축적될까. 한 연구자의 아이디어는 소속 팀·조직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발전한다. 조직 창의성이 개인 창의성의 총합은 아니다. 연구자를 둘러싼 조직의 환경과 시스템에 따라 창의성이 촉진되기도 하고 저해될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빠른 추격형 전략에서 선도형 전략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답을 찾아가는 창의적 과정이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리더라 하더라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수 있다. 구성원 모두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조직은 구성원의 창의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구글은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완벽한 팀을 만들어서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뛰어난 팀에 필요한 개인적 특성과 스킬의 완벽한 조합'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쉽게도 뚜렷한 결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애초 기대와 달리 팀원 개인적 특성, 성공과 실패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개인적 우정, 강력한 관리, 팀 구조, 개인적 관심사, 성별, 수명과 같은 통계는 명확한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연구진의 최종 결정은 '탁월한 개인들의 집단이 아니라 팀의 집합적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팀원들이 누구인가보다 그들이 팀 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팀 성공에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연구진은 훌륭한 팀을 규정하는 5가지 핵심 동인을 제시했다. 심리적 안전감은 구글이 제시한 성공적인 팀을 규정짓는 핵심적 동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의존성, 구조와 명료성, 일의 의미, 영향력 등 구조 요인들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팀 구성원들이 위험을 감수한다거나 진심을 말하는데 위협받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다. 그러나 부담 없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팀 문화를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실수를 용인하고 새로운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갖춘 팀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팀워크의 원동력이 된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는 팀원들이 받아들여지고 존중된다. 이로써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 질문, 우려, 실수, 문제점을 걱정 없이 말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팀내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협력적 분위기를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과에 공헌하게 된다.

자기 혼자 팀에서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않고 프로젝트 목표를 물어 볼 수 있는 분위기였는지, 자기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팀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냥 가만히 있은 적은 없었는지 등 최근에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일했을 때를 한번 생각해 보자.

궁극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은 팀 유대감과 조직문화를 위한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조직의 성장과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다. 이에 따라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감이 혁신과 성장 모두에 매우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조직의 심리적 안정을 객관적으로 측정해야 하며, 심리적 안정감과 책임감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적 혁신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일어난다. 따스하고 자율적인 조직에서 창의성과 혁신이 꽃핀다.

노풍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력개발실 책임행정원 pdroh@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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