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없는' 한은, 금리 1.5%로 인상…물가 안정에 방점

연 1.25%서 0.25%P 올려
"물가 상승 압력 거세다"
전문가 "성장세 꺾일 듯"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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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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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없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선택은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물가 변수가 다른 모든 이슈를 덮었다는 평가다.

한은 금통위는 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 인상 결정이다. 지난해 8월과 11월을 포함하면 최근 약 8개월 사이 0.25%포인트(P)씩 1.00%P나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날 금리 인상 결정은 6명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날 금통위는 1998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한은 총재 공석 상태에서 열렸다.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아직 취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 직무대행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물가 상승 압력이 너무 거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리 인상으로 성장률이 약간 낮아지더라도 4%를 넘은 물가를 당장 잡아야 한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일부 영향을 받겠지만 수출이 여전히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민간소비도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와 관련해 금통위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도 상당 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상영 금통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가속화되는 걸 보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말께 물가 상승률의 피크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언제가 (물가 상승의) 정점이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국제유가가 상고 하저의 흐름을 보이면 물가도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겠으나 연말께 조금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경기 하방 위험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장기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단기 성장 목표에 대한 하향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주 위원은 “지금으로써는 물가 상방 압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전망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는 데 성장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경우엔 하방 위험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위원은 이어 “물가 상승률이 4% 정도로 높긴 하지만 성장률이 조금 낮아진다고 해도 적어도 2% 중후반 정도 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며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금통위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표]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총재 없는' 한은, 금리 1.5%로 인상…물가 안정에 방점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