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상장 여부가 복불복인 현실

작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의 시가총액이 무려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졌다. 국내 전문가조차 상장(IPO)은커녕 적자가 심해서 회사 존립이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기업가치로 당당하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식시장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회사 설립 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 본 적 없는 수조원대의 적자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기업가치는 회사의 순수익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으로 평가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의 경우에는 영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평가하는 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EV/EVBITDA)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방법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현재 이익을 창출하거나 보유한 자산 규모가 비교적 큰 기업에 적용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나 유니콘은 미래 가치가 아무리 높을 거라고 예상하더라도 대부분 적자 상태에 있기 때문에 기존의 평가 방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에 적용했던 가치평가방법이 아니라 전혀 다른 기준을 동원해야 한다.

전통적인 가치평가에 익숙한 사람 입장에서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니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이니, 심지어 1000억달러가 넘는 헥토콘이니 하는 스타트업이나 플랫폼 기업의 기업가치를 이해할 수 없다. '버블'이라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일반인들이 파블로 피카소, 에드바르 뭉크와 같은 세계적 대가의 작품이 수천억원에 팔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이나 과거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전통적인 기업에 적용하던 PER, PBR, EV/EBITDA 등 과거의 잣대로만 평가한다는 것이 오히려 난센스다.

최근 국내 플랫폼 기업이나 유니콘이 본격적으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와 e커머스 회사 원스토어는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상반기 중 주식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새벽배송 '마켓컬리'로 알려진 컬리가 지난달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또한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 e커머스 회사 SSG닷컴·오아시스·카카오모빌리티·K뱅크 등이 조만간 상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과연 국내 주식시장에서 적자 상태로 상장이 가능할지, 어떤 방식으로 가치평가를 할지, 기업가치는 얼마나 될지, 시장 판도는 어떻게 될지, 공모주 청약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등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선진국에서는 상장을 위한 요건을 현재보다 미래 성장성에 비중을 두고 시장에 맡기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흑자기업을 상장 기본 요건으로 하면서 복잡한 '상장특례' 제도를 네 가지나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 도입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2017년에 도입된 성장성특례상장제도, 2017년에 도입한 '테슬라요건' 상장특례, 2021년에 도입된 유니콘 특례 상장이 있다. 명칭도 어렵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절차도 복잡하고 기준도 모호해서 전문가들도 헷갈린다.

그야말로 상장 여부가 복불복이다. 플랫폼 기업과 같은 적자기업은 상장 문턱을 가까스로 넘더라도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업가치가 나오더라도 전통적인 평가방식으로는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배달의민족, 이마트가 인수한 이베이코리아, GS리테일이 인수한 요기요, 세콰이어의 무신사 투자, 쿠팡 상장에는 최근 플랫폼 기업의 가치 평가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총판매액(GMV)과 PSR(주가매출비율)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가치평가 방식이 도입되었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기업은 가입자 규모 증대와 함께 거래액이 늘어났지만 수익성만 놓고 보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적자라는 점만 놓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각자 속한 시장에서 1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성장 잠재력은 현재 가치보다 클 수밖에 없다. 충성 고객을 확보해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플랫폼 사업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가입자·고객 증가를 알 수 있는 GMV나 PSR가 오히려 합리적 지표가 되는 셈이다.

유니콘과 플랫폼 기업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공룡들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이들이 속한 시장은 승자독식이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기업은 2022년 4월 8일 현재 2502개(코스피 821, 코스닥 1552 코넥스 129)이고, 전체 기업가치는 2500조원 정도이다. 애플 하나의 기업가치는 무려 3500조원이다. 애플 하나를 팔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상장기업을 사고도 1000조원이 남는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너무 멀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한 제도만이라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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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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