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부당행위' 79.6%
채용강요-금품요구 등 심각
공사현장 15~25개 노조 난립
고의적 공정지연 사례도 폭증
# 채용강요·불법점거 등 건설노조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작년 10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구성, 불법행위 근절을 선언했다. 그러나 건설현장 2차 실태조사 결과, 현 정부 들어 우후죽순 증가한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며 '동시다발 부당행위'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점유·방해로 공기가 지연돼 현장 안전과 공사 품질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 건설현장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2차 실태조사 중간 집계를 한 결과, '1개 현장 3개 이상 동시다발 부당행위 발생' 유형이 79.6%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17일부터 올해 1월 26일까지 진행된 1차 실태조사(66.7%)보다 12.9%P가 급증했다.
주요 부당행위 유형으로 '채용강요'가 26.1%를 기록, 1차 실태조사(20.9%)보다 5.2%P 증가했다. 업계는 현 정부 들어 지역 건설업계 노조의 채용강요 행위가 특정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여 타 지역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남지역 전문건설 C사 대표는 “최근 충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충남건설기계지부 조합원들이 비조합원 차량 퇴출을 요구하다 저항하던 비조합원인 펌프카 기사 4명을 집단 폭행했다”면서 “정부가 실태조사를 하고 TF까지 꾸렸지만 정상적인 공권력 집행이 미흡하다 보니 여전히 노조들이 정부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 10월 정부가 불법행위 근절TF를 출범시킨 후 채용절차법 위반을 이유로 적발된 과태료 6건(총 9000만원), 담합행위 1건에 대한 시정조치가 전부다.
2차 실태조사 결과 건설노조 부당행위 유형 중 '월례비 등 부당금품 요구' 행위가 21.1%로 1차 실태조사(19.4%)보다 1.7%P 증가했다. 1년 이상 공사를 지연시키고 퇴직금을 받아 챙기는 비위 행위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투입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되고 피해는 수요자에게 돌아간다. 공기지연으로 인한 시공사 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노조 불법행위 과태료가 수천만원에 그치다 보니 시공사가 노조에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시공사 현장소장은 “신규 공사 현장을 가면 민주노총·한국노총 외에 현장별로 15~25개 노조가 난립해 있다”면서 “노조들은 실제 업무 외에 노조전임비를 매달 수백만원씩 최소 10개월 정도 달라고 요구하는데 1억원까지 치솟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2차 실태조사 결과 업무방해(현장점유·현장집회 27%), 장비강요(11%), 태업(10.5%), 도급강요(4%) 등 다양한 건설노조 불법행위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전국 건설 현장 집회·시위는 2016년 2598건에서 작년 1만3041건으로 다섯 배 가까이 치솟았다. 6~8개월 안에 끝나는 공정도 1년 이상 늦출 것을 요구하는 고의적인 공정 지연 사례도 폭증했다.
C사 대표는 “민주노총이 충남지역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자신 노조에 소속된 펌프카를 써달라고 불법시위를 하면서 각 레미콘 회사에 전화해 레미콘 출하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면서 “노조 요구에 건설업체와 정부가 끌려다니다 보니 사업자 단체들이 너도나도 노조를 만들어 현장을 점유하고 겁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건설노조 불법행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현장소장의 최우선 업무가 '노조 관리'로 변질, 안전·품질 관리 등 건설산업 본질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A사 현장소장은 “입주날짜가 정해진 아파트 공사의 경우 공기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 책임을 현장소장이 지는 만큼 현장 부임 시 가장 신경쓰는 것이 노조원 관리”라면서 “노조가 일감을 받을 때까지 '준법 투쟁'을 명목으로 안전·환경 관련 법 위반사항을 관할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신고하다 보니 공기가 중단돼도 손해배상 청구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알루미늄 거푸집(알폼) 등 내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고된 노동을 대체했던 외국인근로자가 급감한 것도 공사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B사 현장소장은 “지하층 알폼·갱폼 업무로 예를 들면 과거에는 노조원 업무생산성 비노조원 70% 수준은 됐었는데 이제는 5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노조 업무 방해로 공기가 길어져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데 노조원 업무생산성까지 낮다 보니 비용도 급증하고 공사품질과 안전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비판했다.
지역 중소건설사는 노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규모가 대형 시공사보다 더 심각하다. 인건비와 원자재 값까지 상승해 공기지연에 따른 손실이 회사 존폐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사 대표는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없어 일손이 모자라 일당 15만~25만원하던 인건비가 35만~40만원로 두세 배 올랐다”면서 “원자재값 상승에 공기지연까지 발생해 적자규모가 20%에 달하는 지역 건설사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