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이어 중국까지...치솟는 곡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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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가 무기한 연장되는 등 잇따른 글로벌 악재에 식품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 공장 폐쇄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글로벌 원자재 공급가의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생산량에서 30%를 차지하고 있어 4~5월의 소맥 파종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다 선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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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선물거래소의 곡물선물가격.[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원맥(빻지 않은 밀), 해바라기유 등 식품 원재료 기업간거래(B2B) 판매가격이 올해 하반기에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거래처별 공급가 인상에 나섰지만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선물 가격도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지난 7일 기준 밀 선물 가격은 톤당 374.78달러로 작년 평균가(258달러)보다 45% 올랐다. 올 2분기 곡물 수입단가 지수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농업관측센터는 '국제 곡물 4월호'에서 식용의 경우 158.5, 사료용은 163.1로 전 분기 대비 10.4% 및 13.6% 각각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30%, 옥수수 수출량의 20%, 해바라기유 수출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내년 국제 곡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 운영 차질이 심화하고 있고, 4~5월 파종 시기인 밀과 해바라기의 경작이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 곡물·에너지 선물 가격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의 2022년과 2023년 곡물 생산량은 최대 30~40%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 전쟁 중 식량 공급 안정을 위해 일부 곡물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올 하반기 흑해 지역의 곡물 수출은 재난 수준으로 감소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로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현지 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심은 상하이 라면 공장 가동을 지난달 28일부터 중단했고, 오리온도 생산을 멈췄다. 이들 업체는 중국 내 타 지역 공장에서 생산 물량을 조정해 수급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라면류를 생산하는 상하이 공장과 비슷한 품목을 만드는 선양 공장 가동률을 높여 대응에 나섰다. 오리온 역시 상하이 외 베이징, 광저우, 선양 등 생산 공장 가동을 조정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곡물가 급등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올해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우 아직 매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수출량을 늘리는 등 대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