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광림'과 설계과정 협력
재조립 없이 '완성특장차' 제조 기대
KG그룹, 현금+현금성 자산 3636억원
인수대금 마련하는데 어려움 없을 듯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인수합병(M&A) 계약을 해지한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 찾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쌍방울그룹에 이어 KG그룹까지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청산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생계획인가 전 M&A를 10월 15일까지 마무리해야 해 시간이 촉박하다. 자금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쌍용차는 이번주 결정될 매각 방식에 따라 신속히 재매각을 추진한다.
◇에디슨 계약해지 불복...법원 “집행정지 효력 없다”
기존 쌍용차 M&A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지난달 인수대금 잔금 2743억원을 납입하지 못해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별항고뿐 아니라 계약금을 지키기 위해 가처분 신청도 냈다. 이에 따라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건 힘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특별항고와 가처분 신청은 집행정지 효력이 없다”며 “법원 허가를 받아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관련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법원은 채무자 회생법 제231조에 따라 회생계획안의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회생계획안을 배제할 수 있고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이에 해당했다.
또 특별항고는 민사소송법 제449조에 근거한 것으로 재판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될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건은 투자계약에서 정한 기일 내에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채무변제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내려져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쌍용차는 지난주 서울회생법원에 재매각 추진을 위한 보고를 마쳤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를 기반으로 이번주 중 재매각 방식을 확정하고 허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쌍방울 “특장차 업체 광림과 시너지 낸다”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특수장비자동차 제조업체 자회사 '광림'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도전하면서 마련한 1200억원에 추가 자금까지 약 4500억원을 조달할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컨소시엄에는 광림뿐 아니라 계열사인 나노스, 쌍방울 등이 참여한다.
광림은 2014년 쌍방울그룹에 피인수된 특수장비자동차 업체다. 완성차를 구입한 뒤 특장차로 개조해 판매한다. 전기공사용차량, 소방차, 환경차(고압살수차·노면청소차)뿐만 아니라 너클크레인, 스틱크레인 차량 등을 취급한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특성상 완성차를 구매한 후 분해·재조립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쌍용차를 인수하면 설계과정에서 완성특장차를 제조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쌍용차가 특장차 기반이 될 상용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인수하더라도 단기간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광림은 특장차 시장에서는 자리를 잡은 업체다. 지난해 전기공사용 특장차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며 기타 특장차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이다. 너클크레인과 스틱크레인 시장 점유율은 각각 46%와 51%다.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작다. 광림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에 불과하다. 그룹 합산 매출액도 6000억원대로 연매출 2조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쌍용차 인수 후 추가적인 운영자금 등을 고려하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쌍방울그룹은 “자금 조달에 대한 구체적 방식은 향후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한 이후 지주사 칼라스홀딩스가 광림 지분 전량(18.52%)을 담보로 다올저축은행에 130억원을 빌린 게 전부다.
◇채권자에서 인수자로 나선 KG그룹
현재 쌍용차 인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되는 곳은 KG그룹이다. 재계서열 60위권으로 자금력이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3636억원에 달해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할 때 협력한 재무적 투자자(FI)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도 협력한다고 알려졌다.
KG그룹은 KG케미칼, KG스틸, KG이티에스,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등 5개 상장사와 24개 비상장사로 이뤄져 있다. 화학, 에너지, 전자결제, 미디어 및 금융, 교육사업, 요식업, 철강 및 항만업, 부동산임대업 등 사업을 영위한다.
쌍용차 인수는 철강사업과 관련이 있다. KG스틸이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은 자동차 차체와 내·외장재로 사용된다. 실제 KG스틸과 KG케미칼은 일부 대금을 받지 못해 쌍용차 채권단에 속해 있다.
철강사업은 KG그룹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KG그룹 연 매출은 4조9315억원인데, 철강사업 매출만 3조3548억원으로 비중은 66.71%에 달한다.
다만 이번 인수 검토는 사업 분야 다각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철강사업 규모를 고려했을 때 쌍용차가 큰 고객사도 아니라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KG그룹은 전형적인 M&A로 성장해온 기업집단이다. 대표적으로 2005년 시화에너지, 2008년 옐로우캡, 2011년 이니시스, 모빌리언스, 2019년 동부제철 등을 인수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