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 증권당국과 대립하고 있는 머스크 CEO가 최근 트위터 지분 취득과 관련해 공시 규정을 위반해 새로운 다툼을 벌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14일 트위터 주식 약 7350만주(지분 9.2%)를 확보했으나 이를 이달 4일에서야 공시했다. 투자자가 지분율 5%를 초과하는 주식을 매수할 때는 10일이내에 신고해야 함에도 이를 어겼다는 것이 WSJ 설명이다.
공시 지연으로 머스크는 최대 20만 7183달러(약 2억 5000만원)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벌금의 액수는 머스크에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SEC와 2018년 맺은 합의안을 파기해달라고 최근 낸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했다.
2018년 머스크는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올려 SEC로부터 시장 혼란을 초래한 책임이라는 이유로 증권사기 소송을 당했다.
이후 그는 총 4000만달러(약 479억원)의 벌금을 내고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이 자신의 트윗 일부를 미리 점검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SEC와 합의했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최근 SEC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책을 남용해 자신의 진술을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다며 합의안 파기에 나섰다.
또한 트위터 지분 인수 공시 당시 ‘수동적 투자자’라고 밝힌 것도 문제가 됐다. 당시 경영에 관여할 의사가 없는 수동적 투자자라고 밝히면서도 이를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대신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만 썼다. 다음날 오후 머스크는 트위터 이사회 이사로 선임되면서 ‘적극적 투자자’라고 하루만에 변경 공시했다.
또한 WSJ는 머스크의 지난달 트위터 지분을 취득한 이후에 올린 트윗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트윗을 올리고서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 중이라고까지 밝혔다. 당시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 지분 9.2%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황이다.
머스크의 이런 행보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특정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하는 언행과 유사하다고 WSJ은 분석했다.
한편, 머스크는 지난 4일 트위터 지분 취득 사실을 밝혔다. 공개된 SEC 자료에 따르면 그는 1월 말부터 거의 매일 주식을 사들여 트위터 지분 취득에만 26억 4000만 달러(약 3조 2230억원)를 썼다. 그가 가진 트위터 지분율은 9.2%이다.
다음날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머스크의 이사회 합류 소식을 전했다. 이사직으로 있는 기간과 퇴임 후 90일 간은 트위터 지분을 14.9% 이상 보유할 수 없어 ‘실질 소유자’가 될 수 없다. 트위터 측은 앞으로도 머스크가 ‘특별 대우를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선 머스크가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석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