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칼럼]반도체, 첨단 인프라 투자가 경쟁력

Photo Image
신훈규 포스텍 교수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시스템을 바꿀 것입니다”라고 언급했고, 이는 곧 현실이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는 충분히 대응할 시간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코로나19로 연구개발이 주춤한 사이 첨단기술 수요는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또 새로운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인식했지만 기존 기술과 융합에 의해 첨단 기술과 첨단 산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는 분석한다.

미래 산업 핵심인 반도체는 공급 부족으로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모든 산업에 반도체가 미치는 영향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가전제품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또 가상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장치 생산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류는 점점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첨단 인프라 구축과 운영 경험이 있는 필자가 생각할 때 반도체 산업 성장은 고비용 구조의 첨단 인프라가 핵심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첨단 인프라 투자가 곧 독점성을 가지는 독특한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인프라는 첨단 시설과 첨단 장비, 전문인력을 말한다.

반도체는 3대 요소를 집중 투자해야 가능한 산업이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목표로 반도체 굴기라는 국가적 산업 성장 정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단기간 구축이 가능한 첨단 시설과 첨단 장비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장기간 노력이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가 시작됐다. 중국 또한 첨단 인프라 3대 요소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인프라 구축에는 천문학적 투자가 요구된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중소·창업기업 입장에서 반도체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소, 창업기업의 진입이 필요하다. 이들 제품의 개발 또는 양산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공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이 성숙기를 맞으면 정부의 정책적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데 이는 중복 투자이고 특혜라고 보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첨단 기술, 산업은 대부분 민간에 위임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성숙기는 존재할 수 없다.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와 새로운 기술 융합을 위해 반드시 추가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단 없는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창업→시제품테스트→양산테스트→양산'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는 파운드리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파운드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많은 중소 창업 기업이 국내 양산 테스트, 양산을 위한 파운드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파운드리 서비스는 민간 파운드리의 수익창출 관점에서 큰 이점이 없다. 이는 균형적인 반도체 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는 종종 테스트베드와 플랫폼 구축 정책을 강조하고 투자해 왔다. 지금까지 선제적 투자는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첨단 기술, 첨단 산업 발전과 시장 선점을 위해선 첨단 인프라가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한편으로 중복성 투자라는 입장으로 반도체 첨단 인프라 투자에 부정적 의견을 가지는 전문가도 많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 10% 성장과 세계 1위를 향한 도전이 중복성이라는 이유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소, 창업기업 입장에서 공공 파운드리에서 낮은 가격으로 전(全) 공정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없이 반도체 산업이 육성되길 바라는 것은 모순이 아닌지 의문이다. 근본적 첨단 인프라 정책을 수립할 시기다.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미래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첨단화, 고도화 정책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첨단화와 고도화 정책은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 노후 장비를 최신 장비로 교체하는 첨단화와 다기능화·소형화·고효율화를 위한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반도체 학과 설립과 일면 계약학과 설립이 시작, 첨단 인프라 구축의 삼박자가 맞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 첨단 인프라에 정책적 투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을 새롭게 뒷받침, 우리나라의 글로벌 신성장을 기대해 본다.

신훈규 나노융합기술원 부원장(포스텍 교수)shinhk@postech.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