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상용SW 개발비 무형자산화, 기업 가치도 높인다

제약·바이오 4년 전부터 인정
"SW산업 발전 위해 필요" 중론
스타트업·벤처, 투자·대출 유리
게임·교육 등 全 분야 확산 기대

제조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사용된 설비는 설비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SW) 개발 가치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발자의 활동, 즉 개발비는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SW 기업은 수년 전부터 상용SW 개발비의 무형자산 인정의 필요성을 지속 주장했다. 상용SW 개발비가 무형자산으로 인정받으면 게임 등 SW가 핵심인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지식재산 산업 전체로 개발비 무형자산화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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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용SW, 구매사 자산으로만 인정

A기업이 SW 'A-1'을 개발, B기업에 판매하면 저작권은 A기업이 소유한다. 하지만 SW 'A-1'는 A기업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에 B기업이 SW 'A-1'를 구매하면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구매 구입만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송영선 한국상용SW협회 회장은 “제조업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전 실물 모형인 모크업까지도 자산으로 인정받는다”며 “상용SW 개발비가 무형자산으로 인정받는다면 게임 SW, 교육 SW는 물론 문화예술·지식산업 전 분야로 무형자산화 요구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비가 무형자산으로 인정되면 기업이 투자나 대출을 받는 데 유리하다. SW 가치가 올라가면 기업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4년 전부터 개발비 무형자산 인정

상용SW 개발비 무형자산화는 제약·바이오 분야 사례를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업 의견을 수렴, 2018년 9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국제회계기준(IFRS)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개발비 무형자산 인식 요건'이 있지만 산업별 구체적 내용이 없어 제약·바이오 분야용 지침을 도입한 것이다. 기업의 오랜 요구가 수용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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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2018년 9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약품유형별 연구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한 단계를 설정하도록 했다.

지침은 제약·바이오 연구개발비 자산화와 관련해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약품유형별로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시험, 임상 1·2·3상, 정부 승인 신청까지 개발 단계별 특성을 감안해 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해지는(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있는) 단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프로젝트별 투입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해서 제시하면 회계사가 이를 심사·감리하고 관련 금융기관이 감독한다.

◇SW 가치평가 제도로 확대·발전시켜야

SW 개발비 무형자산화는 영세한 국내 상용SW 기업과 SW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단순히 개발비의 자산 인정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병한 한국SW저작권협회장은 “개발 단계에서 개발비뿐만 아니라 SW 잠재력과 시장 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개발비를 넘어 상용SW 가능성과 시장 파급력을 파악하고 인정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영세 SW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 회장은 “어떤 기준에 의해 상용SW 가치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초안이 만들어져 있다”며 “다른 협회·단체와 협력해서 이를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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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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